그것이 알고싶다 - 뼈 동굴 미스터리, 50년에 이은 괴담 그리고 학살그것이 알고싶다 - 뼈 동굴 미스터리, 50년에 이은 괴담 그리고 학살

Posted at 2014. 9. 28. 05:21 | Posted in 리뷰/TV

 공포는 이유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이나 결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귀신이라고 불리는 초자연적 설정의 미신도 결국 그 존재가 생긴 원인이나 이유를 알 수 없으며, 또 왜 해코지 하는지 알 수 없기에 공포라는 감각을 깨우는 게 아닐까? 초자연적 혹은 원인불명은 그래서 공포라는 장르를 다루는 매체에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인과 이유를 다 알고 있음에도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간혹 있다. 


 경상도 경산지역에 있는 뼈 동굴에 대한 미스터리는 원인과 이유가 규명됐다. 그런데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사람이 죽어서 공포라는 이유보다는 뼈 동굴을 형성하게 된 이유가 아직도 이 나라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산 지역에 있는 뼈 동굴은 폐가 혹은 유령 출몰 지역으로 오컬트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탐험 되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굴 안에는 무수한 뼛조각과 습한 환경으로 충분히 음산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밝힌 뼈 동굴의 미스터리는 공포를 떠나 슬펐고, 슬픔을 떠나 다시 공포스럽기도 하다. 


 사건의 개요는 한국 전쟁 당시 수많은 민간인을 한국군이 학살했으며, 그 학살의 장소로 일제 당시 코발트 광산이었던 동굴을 이용했고, 그래서 동굴 안에는 수많은 유해가 존재하는 것. 그들이 죽은 이유는 일명 빨치산이라고 불리는 북괴에 협력했다는 이유였고, 그래서 죽임을 당했다는 것. 



 개인 bj들의 방송 아이템으로 흉가 탐험은 꽤 인기가 좋다. 오싹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경산의 뼈 동굴도 탐험하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슬픔이 서린 곳에 탐험이 아닌 유해 발굴과 진상 규명이 먼저여야 했음은 당연했다.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서에선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소집 연행 학살한 기관은 경찰과 육군본부의 정보국으로 밝혀졌다. 즉, 경산 동굴의 수많은 유해를 만든 범인은 국가였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적에게 우호적이었다는 것. 


 당시 한국은 전쟁 중이었고 밤에는 빨치산이라고 불리는 북괴가 낮에는 한국군이 번갈아 마을을 장악하는 상황이 많았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밤낮과 관계없이 협력했다. 하지만 국군의 입장에선 적에게 우호적인 민간인 또한 적으로 간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래서 수사는커녕 재판의 과정도 없이 혐의만 있으면 잡아다 죽인 걸로 보인다. 


 글도 모르고 사상도 모르는 수많은 양민은 그저 전쟁통에 쌀이나 보리 혹은 고무신 따위를 받고 이름을 남겼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이에 국가 안위를 위한다며 살인을 한 국가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물론 그에 실제로 북괴에 적극 협력하는 이른바 빨갱이도 충분히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산 뼈 동굴에만 약 3천여 구의 유해가 있으며, 이들 중 정말로 빨갱이가 몇이나 있을까? 란 상식적인 물음을 던져보면 이는 레드 컴플렉스에 의한 학살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학살 사건이 일어난 지 50여 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도 종북세력이니 빨갱이니 하는 말들이 나돈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이며, 분단국가라는 설정 덕분에 이런 이념 논쟁은 잘 먹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전쟁 당시 죽은 민간인만 백만 명 정도이기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느끼는 공포는 두말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 공포는 무조건적인 혐오를 낳고 그 혐오는 표적이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헐뜯기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 전쟁 세대는 공포를 이유로 무장된 고집으로 그들 스스로 또 다른 보도연맹 학살을 되풀이하는 건 아닐까? 


 정치판부터 이런 이념 논쟁에 앞장서고 있어서인지 뼈 동굴의 처참함이 과연 그들만의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생길지 모르는 피해자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면 자국민을 이념에 의해 학살하는 비극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뼈 동굴의 공포는 정말 공포스럽다.



 국민보도연맹 - 1949년 좌익인사의 교화 및 전향을 목적으로 정부가 조직한 반공단체


 http://ko.wikipedia.org/wiki/%EA%B5%AD%EB%AF%BC%EB%B3%B4%EB%8F%84%EC%97%B0%EB%A7%B9 (위키백과 : 보도연맹)





 학살 피해 유가족이 말하는 항변은 어딘가 많이 들은 듯한 느낌이 든다. 레드 컴플렉스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과 닮았다. 글을 몰라, 사상 자체를 몰라, 먹고 살기 바빠, 관심이 없어, 살기 위해서라는 별별 이유가 있음에도 당시 반공이 화두였던 시대에는 그들이 모두 빨갱이였고,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사상이 일으킨 전쟁은 사상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죽였다. 


 아직 그 사상들에 기본개념도 모르면서 일단 혐오하는 게 당연시되는 것은 어쩌면 빨갱이로 찍히지 않기 위한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습관은 아닐까? 이들의 반공정신은 분단 체제에선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적용 범위가 가끔 이해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뻗치는 걸 보며, 역사의 슬픔이 아직 그 희생양을 찾는 것은 아닐까?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치위원회는 2005년에 설립된 독립적 국가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밝힌 과거사는 그 결과들만 놓고 본다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산 뼈 동굴 또한 위원회에서 조사했으며, 이로써 국가가 실행한 학살임이 밝혀진다. 하지만 현재는 위원회가 폐지되었고, 완전한 유해 발굴과 진상규명, 책임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짜 빨갱이라고 불릴 좌익사범이나 반 체제 주의자들은 개인적으로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끌고 가서 죽인다? 죽인 다음에 동굴에 파묻는다?는 것은 아무리 전시라고 하여도 그저 폭력으로밖에 볼 수 없다. 폭력을 덮어두면 또 다른 폭력이 일어난다. 그래서 폭력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언제나 피해자는 우리, 즉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지금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피맺힌 슬픔보다 당장 땅값이나 아파트값을 올릴 사안이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한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과거는 과거이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과거를 배워 미래를 예측하기 나름이며, 과거를 들쑤셔 미래를 온건하게 만드는 역사를 써왔다. 





 아버지는 빨갱이가 아닙니다. 라는 유가족의 말에 가슴이 답답했다. 애초에 이 누명은 국가가 만든 것이다. 과거 국가는 누명을 씌워 국민을 살해했고, 현재 국가는 그 누명과 살인에 대해 어떤 조사나 보상이나 기림도 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과거 일제가 벌인 만행에 사과도 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며, 피해자들을 항상 비웃는 현재의 일본을 보는 것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보는 것이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안행부에서는 발굴된 유해에 대해 안장마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답을 주지 못했다. 물론 예산 부족에 의한 당연한 결과겠다. 이 와중에 복장 터지는 건 유가족뿐이다.





 세월호 피해자 300여 명으로 2014년 대한민국은 눈물바다가 됐다. 애꿏은 사람 300명이 죽었다는 슬픔에 저마다 할 말을 잃고 슬퍼했다. 비례적으로 더 슬퍼야할 경산 뼈 동굴엔 약 3천여 구의 시신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사고가 아닌 국군에 의한 학살이라고 한다. 분명 슬픈 일이다. 하지만 슬픔은 곧 시대적 당연함에 묻힐 거라는 것도 예상 가능하다.

 





 빨갱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해당한 수많은 유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억울함. 원통함을 넘어선 경고는 아닐까? 색깔 논쟁은 현재 한국 정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 됐다. 그 수단은 과거 많은 죽음을 낳았다. 즉, 소모적인 이 논쟁은 결국 무고한 죽음을 일으킨다는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닐까?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 정부답게 이 비정상적인 죽음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서 정상화를 시켰으면 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연금도 절감하는 마당에 아마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에 의해 살인 당한 저 많은 유해는 2014년 현재도 그 원통함을 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을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념 논쟁, 빨갱이이라는 낙인은 아직도 횡행하고 있고 이에 대해 반성은커녕 더 확대되고 재생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고한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다음 생엔 부디 이념보다 생명이 대우 받는 '정상'적인 나라에 태어났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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