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 밀실 화재 미스터리, 누가 가스 호스를 뽑았나그것이 알고 싶다 - 밀실 화재 미스터리, 누가 가스 호스를 뽑았나

Posted at 2014. 8. 17. 10:46 | Posted in 리뷰/TV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한 미제 사건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충분히 공중파를 탈 가치가 있을 정도의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자체는 매우 진부할지도 모르는 스토리를 지녔다. 주요 사건 개요는 아내가 죽었고, 원인이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라는 점. 그 화재는 부주의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정황 증거들이 많다는 것. 같이 화를 당해 부상을 당했으나, 사망하진 않은 남편은 재해보험을 많이 들어놨다는 점.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남편은 무죄. 초동 수사가 미흡하여 관련 자료가 없어 재수사가 매우 어렵다는 것.


 돈이 최고인 세상, 돈이면 존속살인은 물론 갖가지 후안무치한 범죄들도 일어나는 세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뻔한 사건이다. 그렇다고 남편을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법원 또한 유력 용의자인 남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심증을 가눌 길이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공중파를 탈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정의한 것은 사건 자체의 이상야릇한 면 때문만이 아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비과학적이고 다분히 주관적인 사건 해석으로 인한 조사 미흡, 그리고 국과수라는 굴지의 국내 최고 과학 수사팀의 안일하다고 생각되는 사건 분석이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언제라도, 누구라도 저런 사건에 휘말릴 수 있는 세상이기에 주목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누구라도 이런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누구라도 미흡한 경찰의 수사와 국과수의 결과에 억울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권효진(가명) 씨는 아버지 권중봉 씨의 끊임없는 조사와 재수사 촉구가 없었다면 그저 불행한 사고를 당한 고인이 될 뻔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사건현장에 대해 부모로서 당연한 의심을 했고, 결국 6년 만에 다시 재수사가 시작된다.


 이 건이 방화에 의한 살인이 아닌 단순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사고가 된 데에는 국과수의 판단이 기초하였다. 가스 노즐 중 한 부분이 연소 때문에 빠졌다고 판단하며, 사건은 그대로 사고가 되었다. 하지만 그 노즐은 100kg을 견디는 내구성을 가지며 연소로는 빠지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아버지가 취합하여 다시 재수사에 이르게 된다. 


 국과수는 대한민국 과학 수사의 근원지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런 실수를 했으며, 재조사까지 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과학수사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부분 일반인은 난해한 사건이 일어나면 과학 수사의 힘을 믿으며, 결과를 완전히 맹신하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시체로 발견된 유병언의 시신에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과수에서 발표한 여러 과학적 정황들을 근거로 그 사체가 유병언 본인의 것임을 전문가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선례를 남김은 온전히 국과수라는 단체와 거기에서 도출되는 과학적이라는 수사 결과들을 완전히 믿어도 될까? 라는 기본적은 의혹을 가지게 함은 당연하다. 


 국과수는 밀려드는 사건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과수 측에서 일부러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기 보다는 그저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에 따라 조사를 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불특정의 사건이 인력부족으로 이렇듯 어긋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백번 잘하다가 한 번 실수한 걸로 비난을 하고 싶진 않지만, 그 실수로 억울한 사람이 발생 했다면 국과수 자체에서 먼저 사과를 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권위에 따른 외면은 전문성과 희소성이 있는 기관일수록 심하다. 그런 전문 기관들은 결론지어진 사실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뒤집는 데 매우 서툴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오류는 사회에 만연하지만, 그 예가 수사 기관이라면 결국 억울한 영혼은 늘어만 갈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의 박남규 부장의 설명은 최초 결과서에서 나온 연소 시 빠졌다는 결과는 진실이라고 깔고 이음쇠 부분까지 분리된 것은 부자연스럽다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최초 검사에서도 그렇게 진단했어야 옳은 것이 아닐까? 인력부족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미흡임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만약 저런 일을 당했다면 국과수는 마찬가지로 인력이 계속 부족할 테고, 계속 미흡할 것이므로 온전히 신뢰하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도시가스 즉 LNG는 매우 안전한 가스이다. 공기보다 가벼워서 천장부터 쌓이며, 밸브와 여러 안전장치가 있다고 한다. 숭실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의 이창우 교수에 따르면 가스 내 메르캅탄이라는 성분을 함유해서 그 성분이 마치 스컹크 냄새와 비슷하기에 보통의 후각을 가지면 인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LNG 유출의 경우, 스컹크의 구린내가 나며, 그러면 환기만 시켜도 매우 적절한 사고 대처법이 된다.







 표창원 씨는 사건 정황상 고의성이 보이는 계획범죄라고 한다. 안전밸브가 완전히 열린 상태가 아닌 반만 열린 상태라는 건 안전밸브의 차단 기능을 상실케 했으며, 화재 당시 집안의 문을 모두 닫혀 있었다는 정황을 보아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에 최적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로 그런 환경이 조성될 수는 있지만,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정황들은 대부분 우연인 적이 없었다.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남편의 알리바이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또한 없다. 다만 사건 당시 남편의 상태에 큰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 당시 남편은 아내에게 밥을 데워달라 하고 반신욕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반신욕을 했다는 욕조엔 물이 생각보다 적었고, 가스 화재라는 큰 사고임에도 반신욕 받침대의 책은 매우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더군다나 남편이 친구의 권유로 들었다는 거액의 재해 사망 보험 또한 눈길을 끈다. 


 거의 모든 살인사건은 정말 특별한 케이스 몇을 제외하곤 모두 돈, 섹스, 사랑, 증오에 기인한다. 그중 돈은 거의 빠지지 않는 범행 동기이다. 사람의 목숨엔 각기 가격을 매길 수 있다. 보험 회사 덕택이다. 그래서 뒷맛이 찝찝한 사건들, 범행 동기가 확실하지 않은 사건들은 간혹 피해자가 거액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그 보험금 수령자가 범인인 경우가 있다. 


 물론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안전불감증의 나라에서 보험을 든다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며, 남편이 용의자이긴 하지만 확실치 않은 심증만 가지고 오해를 해서도 안 된다.







 억울한 죽음은 결국 가족인 아버지의 질긴 노력으로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수사당국이 아닌 가족이 노력해야 억울함을 풀 수 있음에 같은 수사당국의 보호를 받는 국민으로서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 


 이 아버지를 보면서 세월호의 유가족이 생각났다. 절대로 단순 사고가 아닌 정황들을 스스로 찾아내어 제시하고 많은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재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현재 광화문에서 단식하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염원을 보내는 가족이 생각났다. 







 머리카락은 화기에 매우 약하다. 조금만 불에 노출돼도 그슬려버린다. 더군다나 이런 식의 섬광화재, 즉 불이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 형태의 화재라면 모든 머리카락은 그슬려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당시 검사는 피해자의 뒷부분 머리카락은 모두 온전했다고 한다. 즉 피해자가 처음부터 누워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옷과 브래지어가 위로 올라간 것도 설명했는데, 이는 피해자가 다른 곳에서 사고가 난 부엌으로 질질 끌려 이동했을 가능성도 되지 않을까?


 이 정도 단순한 추론은 굳이 전문적 수사 능력이 없다 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경찰은 초동 수사 당시 이런 정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근거해서 국과수 또한 조사를 한 건 아닐까? 


 이로 말미암아 하나의 가설을 세우면 초동 수사하는 경찰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건의 진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 다른 단서가 발견돼 재수사를 한다고 해도 사건 초기의 많은 단서와 정황은 이미 사라진 후여서 진실은 더욱 밝히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현 국과수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유병언의 시체를 부검한 세 부검의 중 한 명이다.









 국과수에 밝힌 피해자의 사인은 원발성 쇼크. 즉 한 번의 강한 쇼크를 받아 사망했고 그 쇼크의 종류가 섬광화재였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끌린 옷의 흔적과 온전한 뒷모습은 결국 섬광 화재는 그녀의 사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국과수가 사망 원인에 대해 태만하게 결론을 낸 것일까? 사건 정황과 시체의 상태를 보고 1차적으로 추론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국과수의 존재의의에 의문이 생긴다.














 여러 의혹에 보다 정확한 결정 요인은 역시 cctv였다. 당일의 cctv를 근거로 출입 인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유력 용의자인 남편의 행적과 혹시 모를 제3의 가해자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초동 수사 시 cctv를 확인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몇 년이 지난 후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다. 물론 인간의 한계적인 기억력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무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료를 남긴다고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사 자료가 없다는 것 또한 의아하다. 


 경찰이 악의를 가지고 미흡한 수사를 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예측하기엔 그저 사고로 봤고 다른 가능성은 아예 묻어두고 조사를 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 해본다. 덕분에 억울한 죽음은 영원히 억울할 것과 피해자의 가족이 눈물로 세월을 지내는 것은 그들과 상관없기에.






 사건 당시 도시가스 사고조사팀 관계자는 이 사건에 관한 여러 의혹이 있었으나 담당 수사관이 이를 묵살한 걸로 나타났다. 왜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는 확실한 직무태만의 한 형태가 아닐까? 물론 바쁜 공무에 여타 의혹에 대한 크로스 체킹 대신 다년간 익힌 수사의 감으로 완전히 사건을 종결시켜 일의 효율을 높이고 싶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할거면 굳이 경찰이라는 직종이 필요할까? 


 전국 수많은 경찰이 오늘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한 치의 의혹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과 여러 과거 사건들도 이와 같은 일부 경찰의 안이한 수사행태 덕분에 미궁에 빠져버리거나 단서를 놓치거나 무고한 사람이 형벌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었단 걸 상기하면 당연히 수사당국의 개혁이 요구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살다 보면 별에 별일 다 겪기 마련이다.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화를 입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비인간적인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고 어이없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치안은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회기반 서비스이다. 하지만 그 치안 서비스가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억울하게 화를 당한 내 소중한 사람이 그 억울함을 밝히지 못하고 단순 사고로 판명된다면? 눈에 보이는 여러 정황이 사고가 아님을 확인시키고 있음에도 경찰이 그에 대한 수사 의욕이 없다면? 나는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이 케이스는 그 분노해야 할 범주에 들어가는 사안이다. 


 경찰의 미흡한 초동 수사와 그 수사 결과에 짜 맞춰 도출된 국과수의 과학수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근래에 들어 느끼는 것은 자기 일이 아니면 사람들이 그렇게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 'so what?' 바쁘고 힘든 세상에 생존하는 법이겠지만, 이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비정상의 문제에 여론을 형성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그것은 궁극의 힘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행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런 활동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일이 닥치면 1인 시위나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아직 자기 일이 아닌 대다수 사람들은 신경을 안 쓰거나 단시간 호응을 할 뿐, 문제 해결에 대한 꾸준한 호응을 보내진 않는다. 그래서 그 사건이 묻히고 비슷한 사안을 자신이 당하면 결국 또 대다수 사람들이 그를 외면한다. 결국 이 악순환의 고리에 걸리지 않는 거대한 복불복의 사회가 우리의 현주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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