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이야기 Y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그 후궁금한 이야기 Y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그 후

Posted at 2014. 8. 9. 18:13 | Posted in 리뷰/TV

 대한민국의 공무원들 중 인기가 가장 높은 직종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형성된 인기가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맞게 공무를 잘 처리해서 인기가 높은 직종은 무엇일까? 단연 소방관이 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동사무소의 9급 공무원이나 경찰이나 각종 기술 공무원들도 많은 수고를 한다. 하지만 소방관을 편애하는 것은 높은 사망률에 기인한다. 목숨바쳐 공무를 수행하는데 다른 공무직보다 편애하는 게 오히려 정상아닐까? 그래서인지 이따금 들리는 소방관이 죽었다는 뉴스는 참 안타깝다. 


 진도에서 강원도로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광주 도심 한복판에 추락했다. 다행히 추락에 의한 2차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헬기에 탑승했던 소방관은 모조리 현장에서 즉사했다. 추락에 대한 확실한 원인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잃지 않아도 될 생명이었다는 것이다. 







 추락 지점은 광주 도심은 한복판이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아파트와 수업이 한창인 학교 사이에 추락했다. 물론 조종사의 의지인지 운인지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사고 수습 소방관의 인터뷰에서 언뜻 조종사는 죽어서도 조종관을 놓지 않았다는 증언을 들은 것도 같다. 어쨌든 천만 다행이다.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고, 평생 사고를 수습했던 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 죄책감을 느낄 만한 사고가 안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의롭게 혹은 의로운 일을 하다가 죽은 분들에게 명복을 빌며, 영면을 갈구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문제는 소방관에 대한 영면 요구가 너무 빈번하다는데 있는 것 아닐까? 의롭다고해서 그 죽음이 당연시 되는 것은 비정상이다. 또한 빈번한 죽음에 대해 그것이 당연한 것이며,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비정상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개선을 해서 더는 그런 비극이 발현되지 않게 해야함이 옳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의로운 죽음에 대해 감정적 소비를 부추기기도 하며, 괴상한 우월감이나 감동까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사고에 대한 어떤 식의 개선이나 업무여건 혁신이 있었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왜냐면 정부를 향한 소방관들의 장비 보급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떤 뉴스에 의해 알려진 사실은 소방관이 사용하는 소방장갑마저 보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스스로 사야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기본적인 장비 보급도 안 되는데 인력보충? 사고에 대한 개선책 마련? 소방관들은 그저 오늘도 내일도 항상 같은 위험에 노출된 채로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가 방조한 외줄타기를 시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의무가 주어졌다고해서 그 의무를 100% 충실하게 이행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 의무는 선거철에만 지켜야하는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자신이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는 말로 회피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다. 그러므로 소방관들이 자신의 의무에 목숨을 내다바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 그것은 신성하며,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고귀함에 대한 보상은 너무도 보잘 것 없다.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직전에 탑승 소방관 중 한 명이 남긴 메세지는 '소방관들의 정당한 외침'이라는 기고문이었다.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을 희망하는 글이다.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 희망을 두고 인터넷에서 읽었던 믿을 수 없는 비인간적인 글들에선 결국 소방관들도 월급 더 받고 싶어서 저러는 거라며, 파업이라도 한거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결코, 일선 소방관들의 국가직 희망은 개인의 영달의 위해서만이 아니다. 정확히는 국가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부족한 지방 예산 때문에 구조 활동에 방해 받는 일을 줄이려는 것이다. 여기서 최대 수혜자는 전국민이다. 반대로 국가직 전환이 안 되어 예산 부족으로 구조 활동이 원할하지 못할 때 최대 피해자 또한 전국민이다. 너무도 쉬운 문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너무도 조용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안행부의 입장을 듣고 있노라면, 지역 실정이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 실정이라는 게 무언지 정확한 행정적 뜻을 모르기는 하나, 결국엔 현재 부족한 소방관의 예산에 대해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하긴 세월호 사건 때의 안행부를 생각하면 일어나고 있는 재앙에도 그런 식의 대응을 했는데, 일어나지도 않을 재앙이나 걱정에 대해 이렇게 대응하는 게 오히려 안행부 답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라는 단어를 내뱉음과 동시에 폭소가 튀어나왔다. 


국민의 안전 VS 안전행정부의 논리.JPG








 흔히 소방관의 헌신을 설명할 때, 이른바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 형식의 글이 소개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식의 헌신은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숭고하고 고귀한 뜻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헌신 덕분에 문제가 있음에도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다. 항상 펑펑 터져나오는 지하수 앞에 그 지하수가 설령 자연의 헌신이라고 한들 인간은 그것을 즐기기만 할 뿐, 그에 관한 연민이나 동정을 보내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것에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헌신 또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며 당연히 개선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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