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가 넘어야 할 벽은 길환영 사장이 아닌 이유KBS 노조가 넘어야 할 벽은 길환영 사장이 아닌 이유

Posted at 2014. 6. 6. 07:51 | Posted in BLOG/시사사회

 KBS 양대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으로 결국 길환영 사장의 해임 건이 가결됐다. KBS의 이번 파업은 굉장하다고 본다. 저번 MBC 파업에 빗대어 본다면, 일단 1차적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내심 놀라기도 했다. 인터넷 여론으로는 MBC 다음으로 KBS 또한 정권의 나팔수란 이야기를 듣던 상황에서 이미 KBS 내부도 모두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쪽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항했다. 언론인의 마지막 분투인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서 보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길환영 사장의 해임안은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 건 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허가를 내리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KBS 노조는 결국,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것이란 예측을 해본다. 허가한다면 여당 지지 이사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여당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심증대로 다른 인사가 등용될 가능성과 싸워야 하며, 허가하지 않는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세월호 참사에도 눈물을 흘리며, 지지율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 되는 상황에서 과연 KBS 노조원들이 힘을 낼 수 있을까? 결과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가능성이라면, 국민의 참여인데, 오히려 그게 더 가능성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KBS가 만약 이번 파업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한국의 정치 판도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선 이후 생긴 대안언론들이 꺼내 든 캐치프레이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그 운동장의 대부분은 KBS가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언론들이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들의 관념에서 평평해진다면 당연히 야권이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장밋빛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너무 농후하다. KBS 내에 이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여력이 결국, MBC 처럼 해결되며, 대통령이 노조의 희망을 관철하지 않을 것이란 건 쉬운 예측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국민의 관심도 사건의 경중에 비해 얼마 못 받고 있다. 방송사 사장이 편성에 관여했다는 것은 보도 통제를 뜻하며, 그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범죄임에도 국민들은 어쩐지 평온하기만 하다. 아니, 오히려 다가오는 브라질 월드컵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노조원들의 외로운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며, 그 외로운 싸움의 상대는 국가 최고 권력이라는 점에서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노조는 불리해 진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국민의 방송 다운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국민의 방송을 갈망하는 의지를 대통령 본인께서도 헤어려주시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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