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1 - 아찔한 아파트 수직증축, 돈 앞에서 무너지는 안전현장 21 - 아찔한 아파트 수직증축, 돈 앞에서 무너지는 안전

Posted at 2014. 5. 14. 08:20 | Posted in 리뷰/TV

 SBS 현장 21에서 올해 시행된 주택법 개정안에 대한 아파트 수직증축을 조명했다. 수직증축이란 말 그대로 기존 아파트의 위에다가 새로 건물을 올린다는 것이다. 원래는 앞, 뒤, 옆으로 수평증축만을 허가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화두는 웰빙도 아니고, 섹시도 아니다. 바로 '안전'이다. 그런데 그것은 국민의 화두일 뿐, 정부의 화두는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전제로 생각하는데 미개한 블로거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파트 수직증축도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다. 아파트 소유주라면 재건축보다 싼 가격으로 더 많은 분양이 가능해진다. 바로 이 대목에서 언뜻 안전하고는 거리가 멀며, 통과돼서도 안전에 대해 말이 많은 이 법이 왜 큰 이슈를 타지 않는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됐다. 


 절대 이것이 나쁘다는 견지로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한국의 중장년층 중 대부분의 사람은 유동성 자산보다 부동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선호한다. 부동산의 종류는 토지와 건물일 것이다. 그리고 건물 중 주거와 바로 연결되는 아파트는 그야말로 기본적 부동산 재산이다. 그런 재산을 재건축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불릴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꿈 같을까? 설령 그걸로 아파트가 무너져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웃과 이웃의 가족, 꽃 같은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시멘트에 깔려 죽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가능성이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데 그건 대수가 아니다. 그 일이 대수가 될려면 진짜로 사고가 일어나는 그때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취하는 것, 천민자본주의로 물든 한국에서라면 그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죄는 정부에게 있다. 국가란 경제적 이득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의 인기보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불안전을 초래하는 법안에는 눈길도 주지 말아야 했으나, 그런 건 역시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일임에 다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므로 국민의 행복은 바로 돈이다. 안전? 그것은 아마 소비되지 않아도 될 비용의 하나일 것이다.








 현재 수직증축이 결정된 아파트의 주민들 역시 증축으로 취할 수 있는 재산에 대해 반기는 사람과 증축에 인해 생기는 불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어느 쪽도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자본주의에서는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다. 그러므로 목숨보다 돈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현명하다. 하지만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전제는 그 목숨이라는 것이 타인의 것일 때 성립한다. 즉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면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결국 쓸데없는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부류도 현명하다. 


 현명한 두 부류가 어떻게 행동하든 결국 제일 현명한 수단을 취할 것이다. 이미 국가에서 허용한 정책에 관해 왈가왈부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을뿐더러 유독 부동산 경기에 대해 발정이 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하면 애초에 안전 따위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직증축이 안전하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역지사지로 건축회사가 되어 생각하면 된다. 건축의 경우 층을 올릴수록 그에 대한 하중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철근 같은 구조 재료가 쓰인다. 그렇다면 어떤 건축회사에서 '앞으로 3층을 더 올릴지도 모르니 철근을 하나 더 써야겠어.' 라고 할까? 아니면 '철근 하나라도 아끼는 구조 설계를 해서 회사 이익을 더 남겨야겠어.' 라고 할까? 물론 전문적 건축지식이 없기에 이것은 초보적 질문일 수도 있다. 무언가 더 심오한 건축의 세계가 있어서 감히 상상도 못하는 기술로 이를 커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원래는 국토해양부 또한 지자체와 건설업체들의 수직증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지난 2013년 4월 1일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은 이른바 4.1 부동산 종합대책발표에서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개선과 내구연한 증대를 위해 아파트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했다. 이는 침체돼있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일환이다. 우리나라는 주택경기가 살아나면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맥락만 보면 경기 즉 돈을 위해 안전을 담보로 삼는 것이다. 물론 높으신 양반들의 머릿속에서는 미개한 사람이 보기에 이해할 수도 없는 멋진 계획들이 있을지도 모르긴 하다.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에 대한 안정성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수직증축을 허용했다. 기술적인 발전으로 건물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도 생긴 걸까? 국토부에서는 정밀안전진단을 전문기관에서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안전성에 대한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 검사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기억에 세월호 또한 안전에 대한 진단을 꾸준히 받았다. 그것도 전문기관에서 받았었다. 앞으로 수직증축을 하는 아파트는 부디 세월호처럼 불성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설마 세월호 참사로 밝혀진 해피아와 같이 국토부도 국피아(국토해양부 마피아) 같은 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피아들이 안전검사기관에 상주하며 건설업체에 돈을 받고 검사를 쉽게 쉽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을 국피아들이 설렁설렁 넘긴 안전검사 때문에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는 더더욱 없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를 응원하고 사랑한다. 











 세월호의 직접적인 침몰 원인 중 하나인 선실 증축은 그저 우연이며, 배와 건물과의 괴리는 굉장할 것이다. 배는 증축하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건물은 다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한민국의 유능한 정부가 법으로 허락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부회장은 건물 또한 무게중심이 있으며 증축을 하면 똑같이 무게중심이 위로 이동한다고 한다. 중력 하중 즉 수직으로 내려앉는 무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수평 하중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는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수평 하중 때문에 건물이 붕괴할 수 있는 조건은 아마 바람일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볼라벤이나 매미와 같은 초강력 태풍이 오는 나라로 충분히 주의해야 될 사항임에는 이견은 없다. 하지만 당장 정부의 입장에선 경기 활성화를 시킬 수 있으며, 소수의 국민 입장에서는 재산을 불릴 수 있으니 그런 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고가 났을 때, 그때뿐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몸 안에서 은밀하게 자라는 암 덩어리처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현역 건설업체 사장님의 말씀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감리 인원은 턱없이 모자라며, 그래서 실제로 전수조사식의 감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철근 한두 개 빼먹는 일이 일어나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리사가 판별하지 못한 부실시공이 있고, 그 부실이 안전검사에서도 체크되지 못한 채로 수직증축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안전 상태로 물건을 파는 것은 이해를 구하는 업자를 보면서 그들의 상식의 왜 그들의 편의에만 맞추어져 있는지 석연치 않았다.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 양성환 교수는 수직 증축 시 시행되는 안전검사에서 부실시공을 다 밝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안전진단이라는 것은 애초에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 즉, 시특법에 의거해서 진단하는 것으로 모든 건축재료를 다 진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런 수직증축에 관한 안전진단을 맡은 곳이다. 그곳의 유영찬 씨는 수직증축에 대한 안전진단이 표본조사이지만, 많은 표본조사를 한다고 한다. 즉 전수조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표본을 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표본으로 조사되지 않은 곳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면 어떨까? 물론 이것은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초보자가 생각하는 우려일 것이다. 저들 전문가는 이런 우려가 우스울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독일 건설 재해보험조합장 베른트 메르츠 씨는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수직증축이 가능하겠지만, 오래된 건물은 늘어난 하중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고, 건물을 처음 지을 때는 현재 건물의 무게만 견디도록 짓는다는 논리적 설명도 곁들었다. 독일의 경우, 수직증축을 생각하지 않고 건설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의 아파트는 과연 머나먼 15년 전에 건설 당시 수직증축을 생각하며 건설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정부의 세심한 국민 배려와 안전 대한민국을 구호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을 믿어 의심치 않으나 절대로 수직증축한 아파트에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의 큰 사고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후진국형 사고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리나 비상식의 안전관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허점, 예를 들어 낭심을 걷어차인다든지, 명치를 팔꿈치로 맞는 듯한 생각지도 않은 허술함에 의한 충격적인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후진국형 사고 원인의 한가운데는 언제나 돈이 연루되어 있다. 굳이 붕괴사고가 아니더라도 화재나 침몰 사고 또한 궤를 같이한다. 욕심으로 시작된 무리한 증축이나 관리소홀은 언제나 사고 후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조금은 지루한 레파토리가 돼버렸다. 물론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수직증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며, 나쁠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는 필수적인 생존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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