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 중국 조기유학생의 죽음, 엇갈린 차이나드림 그리고 돈과 허영추적 60분 - 중국 조기유학생의 죽음, 엇갈린 차이나드림 그리고 돈과 허영

Posted at 2014. 5. 12. 19:48 | Posted in 리뷰/TV

 유학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경쟁력으로 통한다. 하다못해 언어연수라도 다녀오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의 외국어 능력은 물론 더 큰 세상을 본 사람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그것에 맞게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유학을 보내는 학생의 미래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제정신 박힌 부모라면 그런 곳에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제정신은 있을지 몰라도 이미 자식의 극적인 성공을 바라는 허영 가득한 부모들의 시선은 오직 미래에만 집중된다. 


 추적 60분에서는 한 명의 가련한 조기유학생의 죽음을 조명했다. 거기엔 학생의 미래를 담보로 돈을 번 업체와 중국 학교들이 있었다. 오직 돈을 위해서 학생이 사고 팔리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거기 있었다. 









 故 이승준 군은 2013년 2월 중국 베이징 소재의 학교에 입학했다. 부모는 중국이 점점 경제적 성장을 함에 따른 국제적 지위를 보고 아이가 중국어를 익히는 것이 미래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승준 군이 유학 간 곳에서는 김 선생이라는 사람이 승준 군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승준 군은 학교에서 좋은 교우관계를 만들며 잘 적응해가는 듯 했다.












 승준 군이 어떤 이유로 학교 수업을 빠졌든, 혹은 불량스러운 행동을 했든 자살을 할만큼의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아직 사회적 경험이 극도로 적은 아이의 경우 현지 보호자가 아이를 놔버릴 경우 큰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지 보호자는 아이의 간절한 애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살할 정도의 불안함을 가진 아이가 부모에게 그것을 말할 정도임에도 왜 부모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아들과의 마지막 카톡 내용에서도 보이듯 아들의 좌절에 있어 참으라는 말로 일관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들이 힘에 부쳐서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유학이라는 비싼 원정 교육까지 하는 입장에서 아들이 힘에 부친다는 이유로 그것을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일 수도 있다. 






 이승준 군은 아마 부모에게 사랑과 기대를 받는 아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퇴학 공문서를 본 그 아이는 자살할 만큼의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부터 부모에게 별 기대를 받지 못하는 아이는 퇴학했다고 자살을 생각하진 않는다. 부모님이 기대하는 미래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비극을 낳을 정도의 부담이었다면 도대체 얼마나 평소에 그런 부담을 줘야 하는 걸까? 


 자식 잃은 부모에게 그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부담스런 기대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굳이 고등학교 시절에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어떨까?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쓸데없는 이상론이며, 이런 교육 열풍은 점점 심화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부 때문에 자살을 하는 학생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그 소식이 들리는 것뿐이다. 



 놀라운 것은 위에 나온 퇴학공문서가 해당 학교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의 직인이 없기에 학교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장은 승준 군의 퇴학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회의도 하지 않고, 조사도 않고, 당연히 그에 따른 결정도 없었지만, 누군가 퇴학 공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최초 퇴학 공문서를 캡쳐해서 보여준 한국 담당 선생, 현지 보호자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추론되었다. 그 현지 선생의 퇴학 공문서 생성이 어떤 저의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적인 자살의 요인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퇴학 공문서를 작성한 현지 한국인 선생이 승준 군의 불량스러운 품행을 고치기 위해 협박용으로 만들었다 생각하기에 왜 굳이 그것이 퇴학 문서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잘 모르지만, 학생이 불량행동을 하면 퇴학으로 겁을 주기보다는 매를 든다거나 훈계를 하는 것이 세계 공통의 교육 대처 아닐까? 하지만 때리기 보다 퇴학이라는 것으로 협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이들에게 퇴학이라는 것은 보통의 협박과는 다른 큰 불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퇴학 공문서로 협박 수준의 공갈을 했던 선생이 사실은 해당 학교에서 학생 모집대리인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분명 학교의 한국어 홈페이지에서는 이중담임제에 의한 한국인 상담교사가 있으며, 입학 상담과 문의도 받았다. 부모의 경우 현지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한국인 선생님이 학생을 보호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안심할 기재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렇게라도 학부모를 안심시켜 유학을 종용한 것은 아마 그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있기 때문일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유형은 아마 '사기'가 아닐까? 모집대리인과 학교 선생님은 어감 상의 문제가 아닌 단어 자체부터 그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준 군의 자살 후에 한국인 교사를 자처했던 모집 대리인이 입학시키는 것을 차단한다는 학교의 말과는 달리 아직도 그 김 모씨의 입학 비지니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김 모씨의 멘트를 보고 있자니 착잡해졌다.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 학부모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 본인의 기본적인 영어 수학만 해결되면 90%는 중국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얼마나 달콤할까? 한국에 있으면 인 서울의 대학도 힘든데, 돈을 쓰면 중국 굴지 명문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부모의 허영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중국 학교의 진짜 홈페이지는 중국어와 영어를 지원했다. 김 모씨가 소개한 중국 학교 한국어 사이트는 애초에 중국학교도 인지하지 못한 다른 사이트였다. 









 현지 중국인 학생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중국어를 익히기 위해 간 곳에서 중국인과의 교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럴 바엔 그냥 한국에서 중국어학원을 다니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중국 학교들이 외국 학생들 수용하는 국제부를 만드는 이유가 드러났다. 그것도 돈 때문이었다. 학교라는 공간을 빌려주고 학력을 인증해주면 일반 중국 학생보다 더 많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소개해주는 업체에도 커미션을 준다고 한다. 




 17세에 중국으로 유학을 와서 지금은 인민대 학생이 된 김연지 씨가 이런 국제부 학교에 대해 말했다. 거의 한국인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중국인들과는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마치 미국 LA로 유학 가더라도 코리아타운에만 있으면 영어는 하나도 늘지 않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15세에 중국으로 유학 와서 인민대학생이 된 이경복 씨는 한국인들만 모아놓고 생활한다면 유학보다는 한국에서 중국어학원을 다니는 것이 낫다고 한다. 유학의 이점은 현지에 직접 가서 공부가 아닌 생활로 언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국제부 유학은 그런 이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자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내려는 사람들이 좀 더 잘 알아보고 보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돈만 주면 알아서 잘 해줄 거라는 되지도 않는 소비자 심리는 결국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태워 버릴 것이다. 하지만 예상해보건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런 실수를 할 이유가 없다. 쪼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아이에게 경쟁력을 가지게 하려는 가정에서만 이런 비극은 벌어질 것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다. 



 전직 유학생 모집책을 했던 사람은 유학원이 학생들을 보내놓고 크게 관리를 안 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계약 당시 유학원이 그저 학생의 입국과 입학에만 관여한다는 전제였으면 오바스러운 것이지만, 현지 생활에 대한 관리와 보호도 약속했다면 충분히 환멸스러운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가전을 산다 가정한다. 가전에 대한 기능은 물론 A/S 기간도 고객들이 유심히 생각하는 부분인데, 막상 고장이 나서 A/S를 신청하면 모른다고 잡아떼는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이 사례는 가전이 아니라, 앞날이 구만리 같은 어린 학생 아닌가.







 앞에서 언급했듯 중국 학교들도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린다. 바로 수익 때문이다. 그래서 모집책은 커미션에 따라 학생을 이동시키기도 한다. 사업에 있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학생을 학기마다 옮기며 더 높은 커미션을 챙긴다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중국 유학을 하고 있거나 유학을 생각 중이라면 이런 행태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과 학교가 맞지 않아서가 아닌 모집책의 커미션을 위해 학생이 전학한다면 학생에게 좋을 것이 없다. 














 인민대학생 이경복 씨의 경우도 6~7번 전학을 다녔다고 한다. 






 북경대학생 구무림 씨는 국제부 학생들을 해당 학교의 선생들도 본교의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즉 돈을 위해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종의 학원 수강생들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지만, 애초에 한국 유학생들은 그 은혜를 베풀 대상이 아니다. 






 중국 유학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학생의 조언은 간단했다. 학교가 사업장인지 학교인지 그것부터 판단하라는 것이다. 명성으로 먹고사는 학교는 분명히 있으며, 돈 먹고사는 학교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부 한국인 관리담당 용국중 씨는 2000년대 초의 조기유학 붐을 회상했다. 실질적으로 국제부가 잘 운영되는 학교는 2000년대 만들어진 20~30개 정도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故 이승준 군의 사례는 확실히 비극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미 돌이킬 수도 없다. 하지만 현재의 아이들은 지킬 수 있다. 무조건 중국 유학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알아보고 가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옳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이국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확실히 경쟁력이다.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상업적 이득의 희생량이 된다면 확실히 죽도 밥도 안될 것이다. 


 이번 방송을 통해 확실히 한 가지 배운 것은 아이의 미래나 목숨같은 것도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얼마든지 무시하며, 사기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면, 그 아이가 어떻게 되든 일단 커미션을 받기 위한 제물로 이용해져도 별로 상관없는 소시오패스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사회에 잠복해있다는 것이다. 


 대륙의 XX 라며 그 원시적임이 유머 자료로 많이 있다. 하지만 점점 반도의 XX 라며 중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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