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 일베와 행게이그것이 알고싶다 - 일베와 행게이

Posted at 2014. 5. 5. 16:48 | Posted in 리뷰/TV

 일간 베스트 혹은 일베라는 집단은 인터넷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상은 썩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이해할 수 없는 비하나 행동들을 보이면 사람들은 은연중 '일베충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일베에 대한 인식은 아주 안 좋다. 그럼에도 그들의 그런 행동은 끊이지를 않는다. 그저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정도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지 옛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일베에 대해 조명했다. 그런데 왠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 알고 있는 내용과 당연한 결과를 도출해서 일수도 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결론적 입장도 부족했던 거 같다. 하긴, 그래도 이런 집단이 있다는 것을 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곳에서 말한다는 자체도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 일베와 행게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다시보기







 인터넷 언론 신문고의 이계덕 기자는 대표적인 일베 테러 피해자이다. 그가 말하는 사례는 일베라는 집단의 사이버 린치 방법에 대해 꽤 폭넓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개인 성 취향을 바탕으로 한 각종 희롱은 물론 허위정보를 생산함으로 생기는 각종 위협을 당하고 있었다. 


 이제는 법적 대응으로 무관용을 보인다고 알고 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 그의 인권은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었다. 연락처는 물론 집 주소도 공개되어 있는 입장에서 항상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던 정채원 씨는 이계덕 기자하고는 좀 다른 유형의 피해자이다. 이계덕 기자는 일베에 대한 글을 가감 없이 썼고 그래서 일베 회원들에게 무차별적 위해를 당한 것에 반해 정채원 씨는 쇼핑몰에 올렸던 수영복 피팅 사진을 퍼가 성희롱적 위해를 당한 것이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다가 이유 없이 비하를 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씨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정채원 씨는 그 일로 7년간 열심히 일군 쇼핑몰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일베 일부 회원들이 여러 경로로 정 씨의 쇼핑몰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한 일베 회원은 인터뷰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욕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위에 정채원 씨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일베가 인터넷상에서 유명해진 것은 각종 범죄와 부도덕의 인증 때문이다. 게시판에 강간 모의나 계획이 올라오고 성기노출이나 수간인증사진이 올라온다. 이런 사이트가 어떤 제재도 없이 아직도 아무나 드나들 수 있다는 게 사실이다. 



 한때 뜨거웠던 일베회원 젖병 테러사건도 있었다. 젖병 생산업체 직원이었던 일베 회원은 젖병을 한 번씩 빨기도 한다는 글을 올렸었다. 이에 놀란 네티즌들과 아기 엄마들이 회사에 문의했던 기억도 난다. 직원이 잘리는 것은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도 생각해야겠다. 하지만 아마 해당 업체의 이미지 손실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 





 잡힌 일베회원은 반성문에서 본인의 재미를 위해 날조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렇다면 회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저지른 것이 되는데, 회사가 직원에 어떤 처분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가설이 등장하게 된다. 일베 회원을 입사시키면 회사에 절대로 좋은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회원들이겠다. 능력 좋고 뻘짓 안 하면 그것이 벌레든 기생충이든 상관은 없다. 





 일베의 인증 문화는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이른바 관심 종자의 급을 넘어선다. 여동생 노출, 할아버지 자살, 지나가는 초등학생 폭행 등 이해 안 가는 인증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관심에 목마른 사회의 무관심에 시달린 사람들 인지 알 수 있다.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가 말하는 일베의 태생은 디시인사이드에서 지워진 글을 옮겨놓는 미러사이트라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지워진 글들은 대부분 음란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음란물들을 옮겨 쌓아놓은 곳이 건전한 사이트일 리는 없을 것이다.





 일베의 사상 저자 박가분 씨는 디시인사이드에 존재하는 관심병 문화와 막장 문화가 무조건 재미만을 추구하기 위해 하나의 사이트로 독립된 것이 일베라고 설명했다. 




 일베는 정치권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는 일간베스트의 일부 회원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한다는 의혹을 나타냈었다.




 여당은 보수 네티즌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일간베스트라며 순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의견을 피력하는 공간이기에 어떤 의견이라도 용납하는 것일까? 수간이나 강간 모의 등의 의견을 피력해도 된다면 세계적 테러리스트들 또한 일베를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이샛별 양은 지난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주제가 이슈가 될 때 대자보를 썼었다. 하지만 일베 이용자에 의해 대자보가 찢겨졌다. 





 일베 이용자 박선도(가명) 씨는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떳떳하진 않다고 말했다. 






 찢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자보의 내용이 '편향된 시각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라고 압축할 수 있는데, 그런 관점의 차이 때문에 남의 의견을 찢었다면, 다른 문제를 떠나 정신적으로 어떤 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분노조절장애라든가, 반사회적 장애라든가 하는 것이 없다면 굳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대자보를 찢을 생각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지나치면 그만 아닌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일간베스트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리고 다수의 일베 회원들이 헌혈, 봉사활동, 후원단체 기부 등의 선행사례를 인증했다. 물론 악행 사례 인증은 하지 않았다.



 일베 회원으로 활동하는 20살 유학준비생은 일밍아웃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인터뷰했다.





 그가 말하는 일베는 페이지뷰가 10억 뷰가 넘은 거대 커뮤니티로 강간 모의나 다른 사건은 잔가지라는 것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전 후보의 명품의자나 선거 운동 패딩 점퍼 가격 등을 저격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일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공격은 그저 보수 사이트라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일베 회원인 27살이며 대기업에 근무한다는 그는 생각이 다름에 있어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묵살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인터넷 자체가 옛날부터 진보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보수적인 의견을 묵살했다고 생각하기엔 어폐가 있다. 보수적인 의견이 무엇인가? 보수적으로 강간 모의하는 것? 그들이 보수여서 싫어하는 사람보다 그냥 그들이 싫은데 어쩌다 보니 그들이 보수인 것은 아닐까? 





 보수적 가치에 대해 안보와 자유시장경제 등을 말한다고 한다.



 일간베스트 사이트의 찬성 혹은 추천 버튼은 '일베로'라고 되어있으며 반대버튼은 '민주화'라고 한다. 





 반대 버튼이 민주화라는 것은 민주화를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민주화 버튼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다 부정하고 사회주의를 한다든지 파시즘 같은 것에 빠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너무 비약도 맞다. 


 반대 버튼의 자신의 실명 세 글자가 써진다면 어떨까? 김XX가 반대 버튼이다. 하지만 이미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게 그를 부정한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사진도 올리면 어떨까? 


 인터뷰에 응한 일베 회원들은 하나같이 신상 공개를 꺼렸다. 왜 일까? 이렇게 논리적이고 당당한 의견들을 말하면서 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일베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지역 비하이다. 전라도에 대한 그들의 비하는 누가 보면 전라도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아주 더럽고 저열하며, 미개한 지역으로 알 법하다. 전라도 출신은 깡패나 창녀밖에 되지 못한다든가, 전라도 사람들은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는 말을 하는 그들은 도대체 전라도를 왜 이렇게 비하하는 걸까?





 일베 회원이 말하는 전라도 비하에 대한 변명은 너무 추상적이었다. 미개한 문화가 있고, 인간성이 떨어지며, 현대인의 덕목이 없어서 비하한다고 하는 일베 회원을 보며 얼마나 높은 문화생활을 하면서 좋은 인간성을 가졌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분명 잘못되었다. 관련된 염전 주인은 물론 해경과 공무원 경찰까지 모두 벌함이 맞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로 전라도 자체를 일반화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지난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한국인들은 모두 그런 살인자들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자. 확실한 일반화이다. 바론 이런 맥락에서 그런 비하는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재미를 위해 비하되고 마음이 아파하는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듣고 문득 '소시오패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굳이 더불어 사는 사회, 착한 사회를 말하지 않아도 인간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는데, 이 사람은 그것이 없었다. 인터넷은 익명이니까 상관없을까? 인터넷은 무조건 재미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해도 상관없는 곳일까? 





 유일하게 신상을 공개한 일베 회원은 터부시 되는 것으로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낸다며, 일베가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부합되는 사이트라고 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일베 회원들을 두고 무대 위에서 선 배우가 마치 보이지 않는 관중을 대하는 심리라고 말했다. 






 국민대 국제학부 정재원 교수는 일베의 개인 희화화가 이미 재미의 영역을 넘어섰으며, 그로 인해 정치적 판단 또한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민경배 교수는 일베 회원들이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발현하는 것이 아닌 그 사이트에 맞춘 정서를 회원 자신에게 적용한다고 하였다.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태도를 보여야만 그 공간의 구성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했다.






 일간베스트를 관리하는 사무실은 입주해 있는 상태에서 관리비만 꼬박꼬박 들어올 뿐 거의 유령 사무실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일베 저장소 역대 추천수 상위 100개 글을 조사해봤더니 정치분야가 29개 비정치 분야가 71개였다.



 하지만 추천수와 댓글수는 정치 분야의 글이 더 많았다. 공감과 관심이 더 많았다는 방증이다. 













 일베가 주로 비하하는 것은 전라도와 여성도 있지만, 대표적으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래서 전 대통령이 거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공통의 화제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노'라는 언뜻 경상도 사투리다운 맺음말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한 하나의 놀이처럼 응용되기도 한다. 

















 정치베스트 게시판의 글 약 10만 건의 제목 의미망을 보면 민주당이라는 키워드로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의 비하 수준은 매우 저열하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에 '홍어 택배 왔습니다.', '착불이요!'라고 했던 사진은 이미 너무도 유명해져 버렸다. 홍어는 전라도에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5.18 당시 참혹한 사진에 홍어를 밖에 널어놓았다는 희화화 또한 충격적이다.



 '5월 18일 주말을 맞아 광주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주민이 진열된 홍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것이 재밌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충격적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5.18 희생자 김완봉 씨의 누나 김옥선 씨는 희생된 동생의 관 사진을 가져다 그런 장난을 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당신의 가족이 이렇게 됐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아마 아니라고 할 것이며, 싹싹 빌 것이다. 그렇게 사과가 받아들여지기만을 바랄 것이다.




 일베 회원 중 한 명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폭동이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고 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최정운 교수가 말하길, 사태 종결 후 계엄사로부터 공식발표가 계속 나왔다고 한다. 그때 나온 폭도설과 북한 간첩설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일베 회원들의 행동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독재정권 시절에 고생한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취업이 어려워 그 불만이 삐뚤어져 표출된다는 것이다. 







 국민대 국제학부 정재원 교수는 일베 회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대해 말했다. 외국인이나 여성에게 무언가 뺏기고 있다는 강박관념이 계속 적을 만들어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열혈 애청자여서 한 번도 블로깅을 빠트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포스팅은 매우 힘들었다. 주제도 마음에 안 들었고, 내용도 시원하지 않았다. 찝찝함 속에서 한숨만 나왔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일베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베 사이트가 없어진대도 다른 사이트로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비도덕적인 비하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 비하에 대해 법적인 대응 말고는 답이 없다. 무관용의 법적 대응이라는 좋은 방법을 두고 괜히 정화한다느니, 원래 착한 사람들이라느니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느니 하는 이상한 궤변만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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