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 710호 미스터리, 초동수사의 진실 그리고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추적 60분 - 710호 미스터리, 초동수사의 진실 그리고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Posted at 2014. 5. 5. 20:24 | Posted in 리뷰/TV

 나라의 질서와 치안, 안정을 도모하는 기관인 경찰은 과연 그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추적 60분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과중한 업무와 인간이기에 하는 실수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추적 60분에 나온 내용을 보면 사람이 죽은 사건에서 경찰은 너무도 쉽게 결론을 도출했다. 실수라거나 오해로 보이기 보다 귀찮아한다거나 무능력하게 보였다. 물론 경찰들이 모두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것도 일부에 대한 문제이다. 그 일부의 경찰은 계속 경찰직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같은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분명히 할 것은 사람 한 명이 죽은 것에 대한 탐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이 죽었고, 그에 대한 경찰 수사가 굉장히 미흡했다는 것이 주제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딱히 이래서 경찰이 나쁘고 우리 모두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과 무조건 경찰을 믿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경찰을 안 믿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합당하고 이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은 굉장히 특이하다. 한 남자가 목을 매 죽어있고 다른 줄은 길게 늘어진 상태에서 한 여자가 엎드린 채 그 줄에 목이 매어 있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왜 저런 자세로 죽었을까? 남자 한명이 이미 목이 매 있는 상태여서 자리가 안 나와 저런 자세로 목을 맸나? 석연치 않다.






 죽은 주향미 씨의 남동생 주완규 씨는 누나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리라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자살할 사람은 주변을 정리한다. 점점 자신의 영역을 좁힌다. 하지만 주향미 씨의 경우는 달랐다. 의욕적으로 공예 대해 공부했으며, 경영자 과정을 수료했고, 강사 활동도 하고 있었다. 물론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나 풍파로 자살하는 사례도 있다. 








 죽은 주향미 씨의 지인도 의욕적이고 비전이 있는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거들었다. 정말 꿈이 있고 미래가 있는 사람은 쉽게 자살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이다. 





 당시 담당 경찰의 말은 자살이니 타살이니 단정 지은 것은 없지만 일단 두 명 다 사망을 했고, 다른 증거가 없어서 자살로 결론지었다고 했다. 이 말은 방송을 보는 내내 새빨간 거짓말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 명확히 거짓말은 아닐 수 있다. 뻔히 보이는 증거도 조사하지 않았으니 정말로 증거가 없었을 테고, 그래서 자살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딱히 경찰을 비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증거로 사건을 증명하고 예리한 통찰로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는 것을 모든 경찰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에러다. 


 경찰이면 누구나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할까? 그러니까 설렁설렁 일하며 월급 받고 연금 타면 되는 경찰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을까? 그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사 누군가 억울하게 죽어서 그걸 못 밝힌다고 하더라도 단순 수사 미스나 능력부족으로 치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죽은 사람과 유족이 불쌍해진다. 그들도 국민이고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세금으로 경찰 월급을 받았기에 헌신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이고 통하지 않는 논리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데 너무나도 맞는 말 같다. 












 주완규 씨는 예상과는 다르게 수사가 자살 쪽으로 기울며, 경찰 수사 자체도 엉망으로 진행되는 것에 의지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스스로 누나의 시신 사진과 사건 당시에 대한 기록들을 했다. 너무나 현명하다. 국가 서비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결국 애국이 아니라 무지이기 때문이다. 목이 졸려 죽은 시신인데 몸 곳곳에는 멍 자국이 있었다. 이 사진만 보더라도 단순 자살이라고 넘겨짚진 않았을 거 같다. 하지만 경찰은 그랬고, 결국 고객 입장인 피해자 유족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억울한 누나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주완규 씨는 누나의 유품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장판과 음식들까지 수거해왔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현명하게만 보이지만, 결국 그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죽어서도 놔주지 못하는 누나에 대해 미안했을 것이고, 확실한 사인조차 밝히지 못하는 경찰에 대해 화도 났을 것이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에는 사인이 경부 압박질식사이며, 본인이 스스로 목을 조르는 자교사인지, 협조적 교사인지, 반항적 교사인지는 모른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유는 모르겠고 일단 목이 졸려서 죽는 것이다. 라는 결론이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자교사 즉 스스로 끈을 이용해 목을 조르는 행위는 매우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목을 매는 것과 끈으로 목을 조르는 것은 차이가 클 것이다. 그렇기에 그 가능성은 애초에 접어두고 부검 소견서에 나온 것과 같이 자살이나 타살의 흔적을 모를 때에는 일단 타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라고 한다. 하지만 주향미 씨의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은 단정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자살에 대한 단정은 스스로 했다. 



 타살 후 위장했다고 단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경찰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저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두 사람이 동반 자살했다는 명제 또한 단정되어선 안 된다. 




 추적 60분은 사건 당시 상황에 맞춰 매듭과 끈에 대한 피해자의 자세 등을 다시 재연 실험해보았다. 









 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가 참가한 실험에서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자세로는 줄이 장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즉 줄이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누운 자세에서 교사가 되려면 피해자가 엎드린 방향의 반대로 누워야 가능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미 줄이 묶여 무게를 받는 상태에서 묶였다는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일단 줄을 고정시키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타살의 경우 누군가 목을 감고 문지방 같은 곳에 고정을 할 것이다. 



 부검 소견에는 항우울제 미르타지핀과 진정최면제 졸피뎀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 약에 대한 출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살로 종결될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다른 골치 아픈 일에 휘둘리면 여가 생활을 못 하기에 그랬을까? 유가족이 수사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피해자가 평소에 먹지 않던 약물이 사후에 검출되었다면 당연히 짚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나 보다. 






 중앙대학교 약학대 김은영 교수는 혈중 농도를 기준으로 상용량을 먹고 최고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즉 두 성분 모두 수면제 효과가 있으며, 이 효과가 최고치에 이를 때라는 것은 수면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수면 상태에서 누군가 목을 졸랐다. 이게 자살일까? 타살일까? 물론 약을 스스로 먹고 자기 전에 부탁했을 수도 있다. 









 경찰 측에서는 살인에 직접적인 요소가 아니기에 약물에 대한 수사를 안 했다고 한다. 즉 약물을 치사량으로 복용했다거나 아니면 독극물이 아니어서 그냥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수면제를 일부러 혹은 속여서 먹인 뒤 목을 졸렸을 것은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한것이다. 


 앞서 함께 자살했다고 추정되는 남성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래서 정신과적 약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의 몸에서는 약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여성에게서만 약물이 발견되었다. 즉 남성이 여성에게 약을 주었거나 몰래 먹였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누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주완규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했었다.



 대법원에서는 자교사의 가능성이 희박하여 타인의 힘에 의한 교살일 가능성에 대해 인정했다. 이 인정은 경찰의 빠른 초동수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유가족이 몇 년의 세월 동안 죽은 누나의 유품과 시신을 봐가며 얻은 성과였다. 






 경찰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래서 신뢰하지 않는다. 딱히 미워서나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할 일만 제대로 성실히 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가족이 죽고 그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부터 그 의혹에 대해 의혹을 표하면서 한 사람의 죽음이 부정당했다. 아마 위의 주완규 씨의 사례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그런 작태를 보일 것이다. 경찰이라는 국민이 위임한 특권을 이용해서 국민의 입을 닫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방법 아닐까? 무능력과 게으름에 대한 대책으로 피해자를 기리고 사건의 명명백백을 밝히는 일보다 쉬운 방향으로 사건을 이끄는 것은 그들만의 노하우는 아닐까?


그런 상황에 피해자는 언제나 힘없는 국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