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노라마 - 치매, 피할 수 없는 전쟁, 치매증상KBS 파노라마 - 치매, 피할 수 없는 전쟁, 치매증상

Posted at 2014. 5. 3. 00:31 | Posted in 리뷰/TV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고 한다. 그 병이 무서운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 병이 환자 본인에게 주는 고통보다 보호자와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가족이 아파지는 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환자 스스로 이 병에 대해 대비도 할 수 없으며, 치유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모든 사람은 치매에 대한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이다. KBS 파노라마에서 조명한 치매 환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괴롭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정말 못 느끼는지는 미지수이며, 겉으로 못 느끼는 고통의 양만큼 가족들이 고통받게 된다. 








 좀 놀란 것은 치매 환자 실종에 대해 경찰들이 상상 이상으로 인력을 동원한 것이다. 물론 치매 환자를 떠나 실종 사건에 대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동원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근 7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아마 처음 보는 장면이라서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2013년 치매 환자 실종신고는 8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치매 증상 중 하나인 배회 때문인데 그렇게 실종된 환자는 인지 능력이 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저 실종이 아니다.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종이다. 그리고 약 60여 명의 실종자는 행방불명이 된다.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행방불명 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가족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간병을 누군가 맡아서 해줄까? 이 천민자본주의와 이기주의로 물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2세의 김상철 씨는 치매 환자다. 전혀 치매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나이임에도 치매에 걸렸다. 그래서 치매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제목은 사실이다. 젊은 나이에 인지 능력이 없어지는 것은 본인에게도 고통이지만, 이제 점점 경제적 능력과 체력적 능력이 저하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정말 어떤 고통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아마 결혼을 했다면 웬만큼 착한 아내가 아니고서야 떠나는 것이 정상일 정도로 치명적인 치매는 젊음도 앗아간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젊은 사람이라도 뇌를 다치면 후유증으로 치매를 앓을 수 있다고 했다. 흔하게 혈관성 치매라고 한다. 뇌혈관이 사고에 인해 막히거나 터져서 세포가 손상되어 일어나는 치매이다. 즉 외상으로도 치매가 온다고 한다. 대신 노인성 치매와 다른 것은 발병이 급격하며, 악화도 계단식 악화로 눈에 띄게 나빠진다는 것이다.


 외상성 치매는 너무나 가혹한 병일 것이다. 암 같은 병은 끝이 있다. 치매는 그 자체로 끝이 없다. 거의 동물 수준의 인지능력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한없이 힘들게 만들기에, 그런 돌봄을 받는 사람이 그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기에 너무 가혹하다. 



 한국치매협회장 우종인 교수가 말하는 치매 증상은 난폭해진다든지, 흥분한다든지, 배회한다든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증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모두 간병인을 힘들게 하는 증상들이다. 난폭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살아생전과는 다른 행동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배회하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24시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정신적인 증상은 망상, 우울, 불안, 초조와 같은 이성적인 상태와는 거리가 먼 것들을 모두 수반한다고 한다. 사람은 스스로 제어하고 감정을 조절한다. 그래서 대화가 되며 인식한다. 하지만 일면 정신 분열적인 증상의 치매는 그런 기본적인 소통마저 허락지 않는다. 






 63세에 치매 판정을 받은 신점수 씨는 결국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故 신점수 씨를 모시던 딸은 편안한 임종은커녕 휑한 곳에서 동사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해 평생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죽음의 원인은 딸이 잘 보살피지 못한 것이 아닌 치매라는 병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치매 노인의 증가 추이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2년 53만 명인 치매 환자는 2020년 8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며, 치매라는 질병의 자체 증가속도도 이에 반영될 것이다. 즉 한국은 치매 경보가 켜있는 셈이다. 



 

 헤븐리 병원 신경과 이은아 의학박사는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즉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치매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결국 치매에 대한 완전한 예방책이나 치료책이 없다면 경계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경계를 해야 되는지 모르게 된다. 물론 보험이라든가, 각종 카더라에 의한 치매 예방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2014년 2월 19일 치매 시어머니 간병 스트레스로 며느리 조 모씨가 저수지에 투신자살했다. 결국, 치매라는 병이 간병인을 죽인 것이다. 



 2013년 5월 13일 80대 노인 이 모 씨 치매에 걸린 부인과 함께 저수지에 동반 자살했다. 만약 자식이나 가까운 친척이 없는 노인이 치매에 걸릴 경우, 그 노인 내외는 어떤 심경일까? 극도로 불안할 것이다. 만약 간병을 하는 사람이 먼저 죽는다면 남은 치매 환자를 누구도 보살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이고 막막한 것에 대한 대책은 결국 국가 복지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유 없이 강을 팔 돈이 있어도 아이들 밥 먹일 돈은 없는 나라이다. 그래서 이들 같은 치매 환자에 대한 복지 또한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동반자살은 일면 이해가 갈 정도의 죽음이다. 잘 죽었다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그려보자. 그다지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진 않다.



 2014년 1월 7일 유명 연예인 아버지가 치매를 앓던 부모 살해 후 자살했다.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유심히 생각해야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살해 후 자살이라는 것이다. 다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치매라는 병의 말로는 어떤 식으로든 비극이라는 것이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 치매에 걸렸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이전 스웨덴의 복지에 대한 다큐를 포스팅하면서 치매 환자에 대한 전폭적인 복지를 보았다. 하지만 거기는 스웨덴이고 여기는 한국이다. 절대로 그럴 일 없다는 데에 한숨이 나온다.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자식은 부모를 당연히 모셨다. 하지만 점점 그런 풍토는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이 벌어지며, 그 속에 국가의 지원은 없다고 해도 좋다. 혼자서도 거동이 힘든 사람이 아예 거동을 못 하는 사람을 보필한다는 것은 참 가혹할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노후자금이 없는 빈곤한 노인이라는 가정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 끔찍한 상황은 결코 상상 속에서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답을 내보자. 일단 치매 예방에 좋다는 머리 쓰는 일, 화투나 포커 같은 게임이나 컴퓨터 오락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스웨덴 이민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결국, 도망가거나 확인되지 않은 예방책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임에 자괴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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