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 흐르는 인생처럼흐르는 강물처럼 - 흐르는 인생처럼

Posted at 2014. 4. 8. 01:38 | Posted in 리뷰/영화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본 영화이다. 소위 명작이라고 부르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명작인 것은 명작이라서가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달콤 쌉싸름한 인생을 너무도 잘 녹여낸 작품이어서 라고 생각한다.


 흐르는 강물은 잔잔하지만은 않다. 태풍이 왔다 가면 세상 어느 것 보다도 무서울 수도 있고, 오래 비가 오지 않으면 시들시들 생명력을 잃어 힘없이 그 줄기만 따라 흐르기도 한다. 한없이 잔잔할 것만 같은 강은 사실 인생마냥 험난할 수도 있고, 굉장히 막막하게 흐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토록 잔잔하고 조금의 조미료조차 섞지 않은 듯한 영화도 드물 것이다.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인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강하게 남는 여운을 느끼는 것은 아마 우리 인생의 모든 공통분모인 성장과 고뇌와 갈등과 죽음이 섞여 있어서일까? 


 자유분방한 동생과 얌전한 형, 고지식한 아버지와 사근사근한 어머니로 아주 전형적인 가정을 보여준다. 많고 많은 영화가 이런 가정을 보여줌에도 이 영화만 한 메세지나 여운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인생과 닮은 굴곡 없고 특징 없어 보이면서도 한 꺼풀 벗기면 그 어떤 픽션보다 더 픽션다운 드라마라서 아닐까? 



 충격적인 영상과 경악스러운 스토리로 가득 메워진 요즘 영화들에서는 꿈도 못 꾸는 전개는 그 자체만으로 보석과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것을 느끼든 그것은 필연적으로 인생에서 스며 나오는 느낌이다. 형제의 우애와 삶의 희망, 아버지의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모두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초콜릿 중 하나이다. 


 늦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 직장, 낚시'라고 말하는 동생을 보고 단번에 저들의 삶을 간추릴 수 있다. 다분히 종교적인 집안의 답답함과 스스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필연적인 직업, 그들의 유일한 집안 유희인 낚시까지 한 가족을 단 세 단어로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의 배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어벤져스2의 촬영으로 외국인 관광을 유치한다는데,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는 영화만큼 그 배경에 대해 관객이 눈여겨보는 영화가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산 좋고 물 좋아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맑고 싱그러운 곳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플라잉 피싱도 매우 인상 깊었다. 낚시 좀 한다는 사람도 아마 이런 식의 낚시는 안 해봤을 것이다. 직접 강물과 부딪치며 물고기의 생각을 읽고 리듬을 타서 낚싯줄을 던지는 모습은 매우 자연 친화적이고 낚시라는 본연의 사냥 행위가 이렇게 순수하게 표현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세월을 낚는다.'라는 말처럼 강가에 앉아 미끼 끼운 낚싯대를 드리우며 여유를 즐기는 낚시보다는 왠지 더 정감이 갔다. 


 두 형제의 성장부터 담아낸 이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다.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와 예상 내의 행동들이 나옴에도 잠깐만 시간을 멈추거나, 다시 되돌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렇다고 안타깝거나 애달프진 않다. 담담한 그들의 인생과 끝까지 교감하는 그들을 보며, 인생이란, 멈출 수 있는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울 한 방울 흩어지지 않고 끝없이 교감 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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