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 유 캔 -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 치는 생쥐처럼캐치 미 이프 유 캔 -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 치는 생쥐처럼

Posted at 2014. 3. 29. 07:00 | Posted in 리뷰/영화

 실화는 언제나 극화보다 더 극적이다. 그리고 인류의 모든 지식은 실화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나는 실화가 좋다. 그 실화를 가지고 감독이 어떻게 풀어내든 결국 그 실화는 한 사람의 인생이고 경험이다. 실화의 주인공이 보는 시각과 그의 아버지가 보는 시각 그의 친구가 보는 시각 그리고 제 3자인 내가 보는 시각이 다 달라서 좋다. 완벽한 선과 악이 없고, 논리나 이성도 없어서 실화가 좋다.


 제작자의 어떤 주장이나 감정을 관객에게 꾸역꾸역 주입하려는 영화보다 있는 사실에 어느 정도 극화를 시킨 실화 영화가 좋다. 영화를 보며 교훈이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 저렇게 살면 어떨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영화도 그리 나쁘지 않은 여가임을 느낀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3)

Catch Me If You Can 
9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크리스토퍼 월켄, 마틴 쉰, 나탈리 베이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40 분 | 2003-01-24


 두 마리의 생쥐가 있고, 그 생쥐들이 크림 통에 빠진다. 한 마리는 미리 포기하고 결국 익사하지만, 한 마리는 끝까지 발버둥쳐서 결국, 크림을 버터로 만들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생쥐도 결국 버터가 떨어지면 그 통 안에서 굶어 죽을 것이다. 아니면 그 크림 통의 주인에게 걸려 고양이 밥이 될 수도 있다. 버터로 만든 생쥐는 역시 포기하지 않는 유전자 때문인지 발버둥을 쳐서 통을 엎어 탈출할까? 앞니로 뚜껑 부분을 갈아서 빠져나올까? 하지만 그런 후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유쾌한 흐름 속에 불행


 영화의 흐름이 굉장히 빠르다. 마치 소설책의 팜플렛을 읽는 느낌이다. 개략적인 내용을 역사적으로 나열했음에도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그 나열 속에 주인공의 매력이 너무 잘 어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매력에 홀려 흐뭇하게만 보지 못하는 것은 그의 불행이 그 매력을 표현하는 데 비해 아무 감정적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어머니는 바람났고 학교는 이류로 전학 가야 했다. 결국 부모님이 이혼하고 주인공에게 변호사가 묻는다. "내일 아침 냉장고에 같이 살고 싶은 분의 이름을 적으렴. 어려운 거 아니야 시험이 아니야." 약 10여 분의 이 상황을 보면 굉장히 불행한 것이다. 이제 겨우 10대 중반인 주인공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상황이 마치 주인공의 능력 발현의 순간으로 치장한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가 삐뚤어졌다고? 아니면 그걸로 막살기로 작정했다고? 그건 그냥 불행한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다. 언제나 속인다. 원래 사기꾼 이야기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은연중에 그는 크림 통에 빠진 생쥐처럼 허우적대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크림 통안에 생쥐는 굉장히 불결하다. 게다가 크림이라는 상품을 변질시키는 생물이다. 그 생쥐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었고, 싫어하는 짓을 했다. 주인공도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르며, 자신이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범죄였다. 


 그의 빠른 두뇌 회전과 대담함과 재치는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요소다. 그것에만 빠져보면 엔딩도 해피하다. 모두가 좋다. 아 역시 인생은 좋은 것이다.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건 실화에 기초하고 있다. 그의 인생이다. 그는 인생을 걸고 자신을 감추고 속인 것이다. 그가 부기장이 되어 승무원을 뽑고 웃으며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갈 때, 나는 그가 애처로웠다. 



 불편하고 보기 껄끄러운 범죄자의 인생을 그의 어린 시절과 불행한 시절을 보여줌으로 그의 범죄가 하나의 쇼가 되었다. 누굴 죽이거나 어떤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은행과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에 대해 범죄를 행하기에 사람들도 굳이 주인공을 혐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주인공이 부러웠을 수도 있다. 


 미소년 시절의 디카프리오가 흥행시킨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재치나 신들린 사기수법 말고 그가 가짜 부기장의 옷을 입고 아버지와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의 불안함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두 눈에서는 알 수 없는 연민이 있었고, 아버지 앞에 자신이 결국 거짓이라는 결론을 자신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떳떳하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 애달프기만 하다. 


해피엔딩?


 캐치미이프유캔 잡을 테면 잡아봐.의 결말은 언뜻 해피엔딩 같다. 하지만 시각에 따라 새드 엔딩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 3자 입장에서는 복역기간 줄여서 좋고 FBI 들어가 취직돼서 좋고 이제 범죄 저지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돼서 좋겠다고 생각할까? 그래서 해피엔딩? 죄의 대가는 별개로 생각하고 결국의 인생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여운을 생각하면 충분히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다. 참 착잡한 영화이다. 그래서 마냥 어떤 답을 내놓고 그것을 추구하는 영화보다 더 애정이가고 더 재밌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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