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청춘 - 억지스런 복고는 신파의 악취를 남기고피 끓는 청춘 - 억지스런 복고는 신파의 악취를 남기고

Posted at 2014. 3. 15. 21:49 | Posted in 리뷰/영화

  재미없다가, 흥미를 잃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재밌어진다. 난 억지스러운 것이 너무나 싫다. 그게 감동이든 재미든 복고든 어떤 미디어가 사람의 뇌 속에 억지로 쑤셔넣는 듯한 감정은 나에겐 반감만 줄 뿐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복고랄까 옛 느낌을 자연스럽게 낸다기 보다는 일부러 부각시키려하고 각인시키려고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게다가 초반엔 신파적이기까지 하다. 그저 그런 예상가능하고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는 이 시대에 문화에 있어서 마치 죄악 같은 것이다. 아주 다행히도 딱 그 고비만 넘기면 재밌다. 하지만 그 고비가 너무.. 고비이다.





피끓는 청춘 (2014)

7.7
감독
이연우
출연
박보영, 이종석, 이세영, 김영광, 권해효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한국 | 121 분 | 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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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오래되긴 했지만 '스피드' 라는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은 부른 노래를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거기 여자 주인공이 박보영이었다. 박보영이 교복을 입은 것을 보고 그때 느낌이 났다. 아니 딱 그때 같았다. 작은 체구와 동안 때문에 교복에 대해 전혀 저항이 없었다. 더군다나 스피드의 뮤직비디오에서 이미 눈도장을 찍었기에 더 잘 들어왔던거 같다. 


 하지만 그런 연출말고 영화의 배경은 어림하기 힘들다. 그저 한국의 옛날이다. 라고 정의하고 넘어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미묘한 엇갈림이 느껴졌다. 배경만 보면 1950~1980년대이다. 내가 알기로 50~60년대는 농고가 꽤 괜찮고 잘나가는 학교였다. 그리고 7~80년대는 공고가 꽤 잘나가는 학교였다. 수재들만 갔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한국의 옛날이긴 한데 농고나 공고나 둘다 막나가는 양아치 집단이었다. 그러니까 실제 역사적 배경은 상관없고 현재의 인식으로 생각했다는 것인데, 영화나 소설은 원래 픽션이니까 당연히 상관없으나 나 처럼 신경쓰이는 관객에겐 영화에 몰입하기 힘든 요소 중 하나이다. 



 적어도 이제 50줄 이상 되신 어르신들이 옛 생각은 하되 논리적이고 실질적인 옛 생각말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옛 시절 첫 사랑 떠올리기 좋은 영화이다. 한국이 고령화 시대라는 것을 영화는 말해주고있는 것 같다.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타켓은 다분히도 어르신들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쁘진 않다. 이종석과 박보영이라는 당대 스타들이 출연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을 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20분 정도까지 영화가 재미없으면 가운데 손가락을 기립시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괴팍한 성격의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영화에서 그럴 것이다. 


 이 영화의 주 의제는 2가지이다. 사랑놀음과 사랑이다. 사랑놀음이 철이 들어 사랑이 되고, 사랑의 결실로써 결혼을 한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영화이다. 초반에는 옛 시골의 풍경과 삶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절 고교생들의 생활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지금하고는 사뭇다르다. 하지만 너무나 좋은 기억만 찍은 느낌이다. 이승만 시절일까 박정희 시절일까 어느 시대든 그 시절 정말 저랬을라나 싶다. 



 억지스런 복고로 신파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나를 질리게 만들었던 초반과 달리 후반은 나름 재미있었다. 러브라인도 볼만했고 다분히 인간적이고 이해가능한 범위의 인물들과 사건이 맘에 들었다. 진작 처음부터 이랬으면 어땠을까싶다. 이종석은 모르겠지만 박보영의 연기는 너무 좋았다. 생각해보면 초반 박보영의 연기 비중은 작고 후반에 와서 커지는데 난 후반부터 재밌어지니까 아마 그냥 박보영의 연기가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시간 많은 분들은 초반을 참고 후반까지 본다면 추천하고 싶고, 잠이 많거나 흥미를 잘 잃어버리는 분들에겐 절대적으로 비추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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