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공교육이 무너지는 이유? - 취재파일K중2병, 공교육이 무너지는 이유? - 취재파일K

Posted at 2014. 3. 29. 22:50 | Posted in 리뷰/TV

 취재파일K에서 중2병이라는 신조어로 취재를 나섰다. 중2병이란 일본에서 건너온 신조어로 중2 정도 되는 학생들이 겪는 일종의 사춘기를 뜻한다. 자신의 팔에 붕대를 감고 '이 안에 흑염룡이 잠들어 있어.'라고 하는 짤이 유행했을 정도로 중2병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하나의 사춘기 형태다. 



 취재파일K에서는 중2병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그로 인해 낙하하는 교권과 교사들을 다루었다. 하지만 이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춘기가 심하게 온 아이들 때문에 교권이 위태롭다고?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드리블해서 골 넣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노동의 심화를 뜻하지 인권의 침해를 말하진 않는다. 


 교사를 업신여기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교사에 대해 폭력이나 성희롱 반말과 무시는 이제 그렇게 놀라운 풍경이 아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중2병이라는 사춘기 때문일까? 사춘기여서 그렇다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풍요로운 문화와 생활에도 학생들은 위기감을 느낄 만큼 경쟁체제에 속해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빡빡한 공부를 해서 친구와 경쟁에 승리해야 한다. 그런 전쟁이 벌어지는 무대는 학교이다. 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전투법을 알려주는 것은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교가 전쟁터인 것은 그대로이지만, 전투법을 배우는 곳은 학원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전투법을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절대자였다. 하지만 학원 같은 사교육이 득세하며, 선생님은 그저 인간 출석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것 아닐까? 필요에 의한 존경에 조건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많은 학생이 교사를 업신 여기는 것 아닐까? 



 공교육의 붕괴, 획일화돼가는 교육체계에서 제일 손해를 많이 보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학생이다. 그리고 그다음 피해자는 교사이다. 취재파일K에선 이 교사들을 불쌍하게 조명했다. 그에 대한 가해자는 중2병이 걸린 학생처럼 포장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을 잘 다독이고 상담하는 것이 교사의 책무이다. 그저 착하게 책이나 넘기고 시간 되면 밥먹고 책가방 싸서 집에 보내면 그게 교사일까? 교사의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선 대부분 교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갖거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비록 학생 교육보다 공문서 작성과 공개수업을 더 신경 써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아이들을 교육하여 사회로 내딛는 첫 번째 발걸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교사도 많다. 



 중2병은 청소년용 현실도피증이다. 현실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의 소명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것은 반항이나 무시로 점철되는 것이 어른들의 눈에 안 좋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이 보는 취재파일K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교권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보도한 것일까?


 매를 들거나 호통을 치거나 무시하거나 같은 방법이 다다. 언제나 그래 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패야 한다는 인식이 한국 교육의 뿌리 깊은 캐치프라이즈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해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교사는 자신의 교권이 침해당했다고 말할 것이다. 자신의 무능과 무관심을 아이의 사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사다운 교사를 꿈꾼 사람은 심한 회의를 느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그냥 편하게 돈이나 벌자고 한 사람은 학생을 무시하고 혼자서 수업하거나 더욱 가열차게 매를 든다. 그 학생과 소통을 해보려 한다거나 상담을 준비한다거나 같은 어른스러운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교사도 학교가 무섭다." 라고.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도 알고, 사람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바른 인성이나 공동체 교육이나 사회성이 아니다. 오직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함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교육은 결국에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대해 부모가 동의하고 선생들도 그렇게 움직인다. 아이들은 끌려간다. 그래놓고 인성 탓, 사춘기 탓? 


 그 와중에 심한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 인성이나 다른 사람의 안위를 주위 시키는 것이 맞을까? 학교에서 ABCD와 루트와 제곱 같은 수학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 갑자기 '나도 인간이란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이 통할까? 점수가 낮다며 매를 들고 점수가 높다며 칭찬하던 선생님이 어느 날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라는 인간적인 회유를 한다면 나라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설마 예전처럼 가만히 있어도 촌지 바치고, 아이들이 알아서 개성이나 성격을 뜯어고칠 수 있다고 믿는 선생님들이 있을까? 아이들은 하루하루 혼란스러운 교육과 압박과 경쟁을 치르는데 선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착하고 말 잘 듣고 공부까지 잘하는 학생을 원한다. 자신들의 인권이 지켜지길 원한다. 그러면서 하는 것은 훈계나 매질뿐이니 당연히 아이들이 엇나가는 것 아닐까? 



 취재파일K에서 아주 웃긴 지표를 내놨다. 중학생들의 행동 사항을 점수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점수로 표기하고 그것을 통계를 낸 것인데, 이런 사회 풍토에서 인성 좋은 아이들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티비를 틀면 온갖 사기에 범죄가 횡횡한다. 학생들의 인성치를 점수화하기 이전에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인성의 점수화도 해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정직? 법 준수? 배려? 협동? 자기이해? 자기조절? 헛웃음이 다 나온다. 똥 묻은 개가 겨 묻는 개 나무란다.



 엇나가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원인은 모두 세상과 어른들 탓이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교육은 바뀌어 왔다. 어른들은 "돈 만 잘 벌면" 이라는 생각을 했고,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모들은 결국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킨다. 진정한 공부는 그때 이루어진다. 그러면 교육이라는 사명을 위해 직업화된 교사의 존재의의는 무엇일까? 


 교사가 폭력을 당하고 자살해서 불쌍하다고? 그 이유가 애들이 공격적이어서 그렇다고? 그럼 애들이 그렇게 공격적이고 예의범절 없이 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 알기 싫은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사회적 정치적 문제 때문이기에 결국 가해자가 이 나라 모든 유권자와 학부모 탓이라는 것을 말하기 싫음인가?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으며 피해자를 가엽게 여기는 시청자만 있으면 되기 때문일까?



 교권을 침해당하는 건수가 해가 늘어남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교권을 복원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교사의 권위를 증진하는 것이다. 교사에게 덤비면 체벌을 가능케하고, 퇴학을 시키고 퇴학당한 학생은 인생 불구가 되는 시스템이다. 사교육을 철폐하여 선생이라는 매개가 없으면 성적 증진을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교권은 크게 증가할 것이고, 촌지도 더욱 활발히 나부낄 것이다. 이 교육체계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런데 교사가 불쌍하다면, 학생들에게 그 부담을 다 떠넘기면 되는 것이다. 옜날처럼.


 학부모라는 이름의 협박꾼들의 생각 부터 아이 인성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감히 사교육을 철폐한다면 아마 그렇게 말한 사람이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탄핵당할지 모른다. 결국, 사교육에 의한 공교육 붕괴는 학부모들 탓이다. 그 학부모들 밑에서 정직이나 준법 협동 배려보다 성적을 우선시하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 예를 들어 선생이라든지 친구들의 인권을 알 필요가 있을까? 


 그저 출석이나 부르고 시험문제 내고 채점하는 기계와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시험 성적을 좋게 내기 위한 기계가 서로 불협화음을 이룬다고 해서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잡음이 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런 잡음이 난다고해서 아이들 성적에 영향을 줄만한 사태도 아니거니와, 선생이란 사람들이 죽든 정신병에 걸리든 내 아이와는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중2병 같은 사춘기 반항으로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이 침해당해 불쌍한 선생님들이 죽거나 정신질환에 걸린다고? 옛날에는 사춘기가 없었나? 그때는 왜 공교육이 굳건했는데? 애들 탓하기 전에 이런 사회를 구축한 어른들부터 분석하고 반성하고 바꾸는 게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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