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과연 고용률 구원투수일까? 아니면 치적 세우기일까?시간선택제, 과연 고용률 구원투수일까? 아니면 치적 세우기일까?

Posted at 2014. 3. 21. 00:00 | Posted in BLOG/시사사회

 시간선택제란, 노동자가 시간을 선택해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여기서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몇시부터 몇시까지 어떤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8시간 근무를 5시간 근무로 바꾼다는 것이다. 파트타임 일명 시간제의 일자리는 옛날부터 있었다. 아르바이트란 이름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정부에서 고용률 70%를 말하며 내세운 시간선택제는 내가 말하는 시간 유연화 일자리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기업들이 생각할 시간선택제는 정부가 내세우는 전국민의 파트타임화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자본주의사회이다. 그것도 지독한 천민자본주의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노동자 좋으라고 이런 정책을 세우는 것일까? 애초에 이런식의 고용률 70%를 달성해서 이득인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다. 국민들에겐 양질의 그리고 유연한 시간선택제가 적용되어야하지만, 그저 수치상으로 70%를 찍으면 좋은 사람은 따로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시간선택제라는 것은 시간을 나누어도 근로자가 같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갖고 정규직으로 존재하는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달 백만원 짜리 정규직 한 사람을 50만 원 짜리 두 사람으로 채용하며, 열 시간 일했다면 다섯 시간씩 나누는 방식이다. 그렇게 일 자리를 나누서 고용률 수치 올려 치적을 쌓은 사람은 좋겠지만, 과연 일자리가 나뉨을 당한 사람은 어떨까? 그냥 채용됐으면 백만 원 짜리 일자리였는데 50만 원짜리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어떨까? 기업의 입장에선 보면 손해볼 일은 없다. 어차피 정규직화는 안할 것이고, 복리후생도 줄일 수 있으며, 대체 자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사항이다. 기업에게 강제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시책이라는 명분하에 굳이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아도 될 자리는 세분화하는 것이 기업 측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IMF 이후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이제는 직업도 전일제라는 온 종일 일하는 개념이 사라질 차례인가? 내가 기업 경영자라면 중요한 자리나 핵심적인 자리의 사람들은 둘로 나누지 않을 것이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 노무직과 단순 서비스직은 어떤가? 내가 경영자라면 10개로 나눌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씩 10명을 일하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을 알바화 시키면 노동조합이라는 기업의 적이 사라질 것이다. 노동자들은 힘이 약해질 것이고, 결국 친기업의 나라로 서민의 등골을 우려먹을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노동자들이 수틀릴 때마다 사용하는 파업이라는 무기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인해 대체자원이 작게는 2배로 늘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이 파업하면 될꺼라고? 하루에 3~4시간 알바처럼 일하는 사람이 회사의 존망을 위해 파업을 할까? 아니면 직업에 애정을 갖고 파업을 할까? 사람이 재산인 기업들은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체자가 많고 그 대체 자리의 자원도 많다면? 그때부터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부품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별 다르진 않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관공서만이 아닌 민간에서의 협력이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직이나 사무직같은 전문성을 요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 받는 급여의 반만 받고 시간을 나누려 할까?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회사는 바보가 아니다. 결국 위에 말한대로 단순 작업자들의 숫자만 늘어날 것이다. 하긴 그것도 일자리이며 그런 일자리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안다. 그런 자리에 사람들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높아지는 고용률에 샴페인을 터트리려나? 그 고용률이란 숫자 VS 안정적인 민생에서 고용률은 승리한다. 흔히 머릿수 센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들을 일일이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사람과 사람들을 머릿수로 숫자만 세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양질의 정규직화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나올리 없다. 원래 정규직 전일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신규 채용자는 적은 시간에서 일을 하며, 그만큼 능률과 습득이 늦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이런 사람을 정규직화 하는데에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라면 그럴 것 같다. 


 진짜 시간선택제를 하는 유럽의 경우 정규직 전일제로 일하던 사람이 출산, 육아, 가사, 질병, 간호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간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정규직이며, 임금, 복리후생에 차이는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전일제를 원하면 변경된다. 물론 유럽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꺼린다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애초에 저런 식의 시간선택제라는 노동 방식이 자리나 잡을 지 걱정스럽다. 피치 못하 사정이 있으면 우리 사회는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닌 시간을 아예 포기하는 것을 생각하는 사회 아니었나? 


 시간선택제로 조금이지만 돈을 받으며 일할 수 있고, 남는 시간으로 다른 일이나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당연히 시간선택제로 인해 전일제가 줄어들어 외벌이나 사회에 발을 내딪는 청년들에게는 마지못한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 면이 있다. 이 제도가 현실화되고,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착해서 올바르게 정착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한 기업과 다르게 임금과 복지가 정규직 전일제 직원과 시간선택제 직원이 모두 같고 비정규 계약직으로 사람을 내팽게치지 않을 수도 있다. 노동의 유연화는 분명한 부가 가치와 이득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 잘됏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이 정책은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목표하던 고용률 70%는 절대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한국 노동 시장에 안 좋은 선례만 남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말고도 우리 사회를 조금이나마 맛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예측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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