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사고 은폐, 점괘로 묻힌 아들의 사망군대의 사고 은폐, 점괘로 묻힌 아들의 사망

Posted at 2014. 3. 5. 23:28 | Posted in BLOG/시사사회

 군대에도 사람들이 산다. 당연히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많은 사건 사고들은 은폐되고 실종된다. 어쩌다가 흘러나오는 사고 소식들은 우리를 미스터리 속으로 몰아 넣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군대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증거라든지 사건 정황이 거의 비공개 수사로 전개된다. 


 군인들은 원래 군인인 동시에 국민이고 사람인데도 마치 군수품 마냥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하면 보상과 책임회피가 일어난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사병은 군수품이고 사병 가족들은 그 군수품을 2년간 빌려주는 렌탈 업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당시 국방부장관 신성모)

 한국군은 예로부터 찬란한 비리의 역사가 함께한 군대였다. 국민방위군 사건은 희대의 비리로 인한 참극이었다. 군수품 군자금의 착복으로 약 9만에서 10만 명의 국민방위군이 아사하거나 동사하였다. 이들은 한국전쟁 중 징집되었다. 하지만 전투가 아닌 비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였다. 최소 9만 명이 죽은 이 사건으로 하여금 그 희생자들은 과연 국가에 정당한 예우를 받았을까? 누가 희생되었는지 파악이나 하면 다행이다. 


문제는 현대의 군대도 어떤 이유에서건 사병이 죽으면 그것을 은폐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벌써 14년 전 사건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자대배치 후 13일 만에 사병이 스스로 목숨을 끈은 사건이었다. 


 병사는 훈련병 생활을 잘했던 모양이다. 훈련소에서 훈련조교로 차출되는 인원은 대부분 잘하는 인원 아니겠는가? 적어도 내성적이고 어리버리한 인원을 조교로 차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만 그 사병은 스스로 죽었고, 군에서는 그 원인으로 내성적이고, 어리버리하며, 말투도 어눌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는 이유를 붙였다. 그러므로 그 훈련소는 조교를 내성적이고 어리버리한 병사로 뽑는다는 것이 된다. 내가 아는 빨간 모자들 중 그런 사람은 한 명도, 단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서 생때같은 자식 군대에 보내는 것만으로 걱정이 태산인데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대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 대목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이 왜 생각났는지는 의문이다. 항상 거대한 조직과 개인의 싸움은 불평등하고 힘들기만 하다. 아버지의 농성이 계속되자 부대에서 아들의 유품이랍시고 전해준 것이 바로 문제의 점괘이다. 종이에 '금년 잦은 사고로 2월에 급사함'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까 언급했듯 사망자는 14년전 이제 훈련기간을 마치고 자대 배치 13일차의 사병이었다. 이등병 중에서도 완전 신참인 셈이다. 이 신참이 어떻게 점괘를 받았을까? 그것부터가 난 의구심이 들었다 14년 전이면 2000년대 초반으로 훈련 수료 후 가족과 만나거나 만나서 외출을 나간다거나 면회를 한다거나 그런 게 없었다고 알고 있다. 


 이제 자대배치 받은 신병을 위해 간부가 점괘를 봐줬을까? 점괘가 저렇게 안 좋게 나왔다면 한창 심리적으로 불안한 신병에게 제정신이 박힌 간부가 저런 점괘를 전해줄까? 의구심에 의구심만 더해갔다.



 아버지도 나처럼 의구심이 들었나 보다. 이 점괘를 전해준 장교를 만나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봤다고 한다. 장교는 이렇게 점괘도 있으니 이제 농성을 중단하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아버지는 장교에게 점괘의 출처를 물었다. 그리고 찾아가 다시 점괘를 보았다.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왜 점괘가 다르냐고 따져 물으니 군복 입은 사람이 부탁하여 거짓으로 점괘를 적었다고 실토했다. 결과적으로 점괘를 전달한 장교는 농성을 멈추기 위해 거짓 점괘를 준 것이다. 방송에서도 언급했듯 이는 사자명예훼손이다. 부대에서 죽은 사병의 명복을 빌어주지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모욕까지 주면서 쉬쉬하려는 군대 특유의 속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에서 본 사건에 대해 재심 청구를 넣었으나 몇 년 후 깔끔하게 기각되었다. 원심 그대로 병사는 내성적이고 어리버리해서 스스로 죽은 것이다. 그리고 끝이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아들의 명예 회복이며, 국가의 예우이다. 순직으로 인정돼서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일반사망으로 분류되며, 순직으로 처리되지 못한다.



 살짝 다른 말로 빠지자면, 현충원은 수학여행 때 가봤다. 정말 볼 것 없는 공동묘지에 왜 왔는지 궁금했다. 재미도 없었다. 나중에서야 어떤 곳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비서이자, 평생 독립운동을 한 구익균이란 분이 계신다. 그분은 105세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하셨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법 때문이라고 하였다. 난 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상식선에서는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잘못된 것이 있다. 5.18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 등재자 중 국립묘지 안장자가 무려 76명이라고 발표했다. 일본군 또는 만주군 장교였던 이들이 50명 반민족행위자 14명, 친일반민족행위자 10명도 현충원에 안장되어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헌병 오장을 지냈던 김창룡, 전두환의 경호실장이었던 안현태 등이 안장 되어 있다. 확실히 잘못되었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군에서 사망하면 모두 순직처리가 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작전 중, 훈련 중 사망을 제외한 사망은 일반사망으로 구분된다. 일반사망은 순직처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사망의 경우도 순직처리를 하자는 법안이다.


 군에서 일반사망자는 약 500만 원의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순직처리가 되면 약 1억 원의 보상과 함께 현충원에 친일파와 함께 묻힐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반사망자의 유가족들은 1억 원은 필요 없으며, 현충원 안장을 희망하고 있다.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아들에게 국가가 예우해주길 원하고 있다. 




 일반사망의 경우 심신미약이라던가 성격장애 등을 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의무를 지킨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 국민은 군대에 오기 전에 신체검사라는 것을 받는데, 그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사람만이 군대에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신체검사에서 사기를 쳤을까? 아니면 사고가 나서 둘러대느라 사기를 쳤을까? 어쨌든 사기이다. 그 사기는 의무라는 그늘에 너무도 쉽게 가려진다. 의무를 이행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무슨 중국제 전자제품도 아니고, 군대에서 사고 나고 안 나는 것도 복불복인가? 애초에 국가의 부름이 없었다면 병사는 거기에 있을 이유도, 생활할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군대에서의 모든 사고는 국가의 책임이 아닐까?


 김광진 의원의 법안 발의는 아마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병역사항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화 운동으로 본의 아니게 면제된 사례도 많지만, 정신병이라던가, 디스크나, 고령 혹은 사기 같은 범죄 때문에 안 간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병역이란 무엇일까? 전체 중에 일부이지만 정치인들의 자제는 군대를 제대로 안 가거나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뉴스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이런 법안에 신경이나 쓸까? 아. 신경 쓸 수도 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데 이런 쓸데없는? 곳에 군비를 투자하는 것은 빨갱이짓 이라며 싫어하는 척? 할 수도 있겠다. 



 의무를 지키려는 국민을 보호하고 예우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쪽에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다른 쪽의 의무만을 강제할 때 우리는 그것을 불평등하다고 말한다. 물론 한국 사회가 평등 사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의무를 다하는 국민들로 대한민국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군에서도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들은 작대기로 대변되는 사병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720일의 가능성을 포기한 국민임을 인지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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