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 죠슈번의 후예들과 안중근, 그리고 지금의 한국그것이 알고 싶다 - 죠슈번의 후예들과 안중근, 그리고 지금의 한국

Posted at 2014. 3. 16. 14:17 | Posted in 리뷰/TV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이름 기시 노부스케가 공중파에 나왔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한 대로 허전하거나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의 대 주제는 안중근 의사가 부당하게 사형당했다는 사건으로부터 누가 그 부당함을 지시했으며, 그 부당함이 현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실존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꼭 숙지해야 될 사건들임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 빠진 진실들과 현재 한국의 처지 또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테러리스트이자 살인자인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다시는 없을 애국자나 의사 혹은 영웅일 수 있다. 안중근 의사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선 그렇게 볼 수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 총리대신을 4번이나 지낸 유력 정치인이자, 아직 존경을 받는 두목원숭.. 아니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을 사용하고, 김치를 먹는 이상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나 살인자로 말하는 사람은 쿨하거나 객관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냥 정신없는 사람이다. 나는 국뽕도 싫지만, 그에 못지않게 쿨뽕도 싫다. 쿨할 사안이 있고, 아닌 것이 있는데 민족의 영웅에 대해 쿨한 사람은 반민족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는 그런 쿨한 반민족주의자들이 넘쳐난다.



 초반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라는 것을 저격하고 잡혀서 일본에서 사형 당한 게 부당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 부분은 잘 몰랐었다. 왜냐하면, 당연히 당시 시절은 일제 강점기였고, 일본이란 전범 국가는 원래부터 법률 같은 문명국가의 것이 없을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냥 맘에 안 들면 죽이고 여자는 납치해다가 성 노예로 다루고 남자는 총알받이나 노예로 부리는 국가인지 알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보면서 빵 터진 적이 몇 번 있지만, 이번에는 진짜 빵 터졌다. 방송 중간에 일본 법률가에게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사건을 기초로 안중근이 과연 일제에 넘겨지고, 사형을 당하는 게 맞는가? 라는 질문을 한 것이다. 일본 법률가의 평등하고 법리적인 해석은 그 법률가가 일본에서 일명 극우들에 피격당할 만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국외에서 자국민이 살해당했더라도 그 가해자를 일본에서 재판할 권리가 없었다고 한다. 



 모든 것은 일본이 유리한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각서나 조약들을 들어 안중근은 한국의 법규와 한국의 재판을 받았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대가 그렇게 법리적이고 논리적인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제는 제국주의라는 피로 물든 나라였다. 그 중심에는 이토 히로부미 등 정한론을 내세운 정치인들이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정치인이 총탄 몇 발에 죽었다. 일본의 입장에선 꼭 안중근을 죽여야 할 이유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역사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완전하게 달라진다. 당시 일제 정부도 안중근을 악으로 보았고, 당연히 극형에 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토라는 일본인 하나가 조선인의 총탄에 의해 죽었다. 그게 악이라고 규정하면 수많은 조선인이 일본인의 총탄과 칼날에 죽은 것 또한 악이므로 극형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저 시대에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인 것은 악이지만 일본인이 조선인을 죽인 것은 당연한 시대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국뽕 맞은 인간들이 그 시대가 왜 그게 당연한 건데? 라고 말할 것 같아 두렵다. 어떻게 해서든 정신적으로 승리하려는 그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일제 시대에 조선 사람들이 핍박 받은 것은 사실 아닌가? 



 그것이 알고 싶다가 원래 범죄나 미스터리 탐사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화에서는 코믹을 많이 가미했다. 한국 국무총리가 대법원장에게 사형을 지시한 것이다. 라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 등장했다. 일본의 안중근 사형에 대한 루틴을 비유한 것인데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코믹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저것이 일제의 안중근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다른 현재 국내의 사건이라고 비유해봐도 손색이 없을 사건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인지, 삼립호빵인지 좋은 것은 분명한데 일단 지켜져야 좋은 것 같다.



 헤이그 육전조약에 따라 안중근 의사는 군사재판을 받아야 했다. 제1장에 의거하여 민병이나 의용병단이라도 군인으로 친다. 즉 안중근도 군인이고 군인으로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다. 그리고 제2장의 이거 포로는 인도적으로 취급되므로 사형을 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일본이 이런 인권적인 조약을 지킬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강자가 약자를 위해 지킬 도리나 인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안중근은 재판에서 자신은 의병 중장 자격으로 저격한 것이고 결코 자객으로서 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므로 전쟁포로이며, 국제법에 따라 처리되기를 원했고, 그것이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다분히 감정적으로 그를 대하였다. 자기 분수와 자국의 상황을 잘 모르며, 사이비 정치범이라고 칭하였다. 한마디로 '니 주제를 알라?'였다. 안중근에게 사형이 선고 되고 관련 검사와 법조인들은 승진을 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안중근 의사는 일본에 사법살인 즉 일본이라는 국가에 살인을 당한다. 안중근 의사도 아마 예상했을 것이다. 일본은 그런 불법 전쟁을 기초 불법 재판을 벌였다. 그 기초가 된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는 큰 사당에 모셔져 아직도 일본 국민이 추모하고 존경을 하고 예우를 받는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는 어떤가? 그의 시신은 아직도 머나먼 타국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많은 사람이 그를 기린다. 하지만 청와대에 보관되어 있다던 그의 유묵은 실종되고 국내언론에서 국내인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말도 하는 나라이다. 이른바 뉴라이트던가? 새로운빛? 새로운오른쪽?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생존하고 있다는 자체가 한국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예우가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그래도 안중근은 사람을 죽였다. '그래서 테러리스트가 아니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애미 애비도 몰라본다던 쿨뽕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날리는 그 질문은 의미가 없다.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어떤 이익을 받음으로써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경우 대동아 평화를 위해서 목숨을 담보로 <전범>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게 슬프다며, 살인범은 나쁘다며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진짜로 있다. GRAL도 풍작이다. 대풍작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경술국치(한일합방)을 주도했다. 이날 이때까지 한국이 이 모양인 원흉이다. 참 잘 죽였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면 우리 정부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나에게 벌금형이나 기소를 시킬까? 피는 못 속일 것이다. 견마지로의 피 말이다.


 죠슈번이라는 동네가 나온다. 작은 동네이다. 그 작은 동네에서 나온 대여섯 명이 동아시아를 불바다로 만든 것이다. 죠슈번에서 처음 정한론을 말한 사람은 요시다 쇼인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의 토대를 마련한 일본의 선구자라고 인식되어 있다.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포함한 제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대동아 공영론이었다. 미국을 목표로 지금의 일본을 보다 덩어리가 큰 일본을 만드는데 조선과 중국 동남아 모두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 즉 제자들에게 제국주의를 주입한 것이다. 



 조건 없는 반일감정을 일으키면 한국의 경우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역사적인 감정과 그에 관한 교육은 생각보다 잘 이루어졌다. 다만, 그것이 실제적인 교육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교육인 것이 아쉽다. 일본은 나빠, 일본은 빼앗고, 강간하고 죽였어. 같아 단편적이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짧은 미움 속에는 우리가 왜 그렇게 당했고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쳐들어왔는지, 같은 원인이나 상황에 대한 성찰은 전혀 없다. 나쁜 놈을 왜 분석해야 하느냐고? 그 나쁜 놈은 아직도 우리 옆에서 별 무리 없이 너무도 잘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한론의 시초라고 생각되는 요시다 쇼인의 묘역까지 참배한 것은 처음 알았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요시다 쇼인의 휘하에서 대동아 공영론이라는 큰 제국주의적 담론이 형성되었으며, 덕분에 한국은 수탈을 당했다. 그 사람의 묘역에 참배한다? 그 검은 속내는 쉽게 예측 가능했다.


 일본은 패전국이며, 원폭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과연 그런 나라에서 이런 우경화 행보를 지지할까? 지지한다. 왜냐하면, 아베총리가 시행한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이 아직은 국민들을 만족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파탄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전해질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 와중에 경제 부흥은 가뭄에 단비 같을 것이다. 그 단비를 뿌리는 사람이 하느님이든 전쟁의 화신이든 일본 사람들은 그저 숭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가끔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친일파의 후예임을 뻔히 알고 있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정말 맘에 들지 않지만, 땅값이나 아파트값 올려준다는 정책을 들고 나온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말이다. 자본주의는 참으로 경박하고, 정치적으로 제 살 깍아 먹기 좋은 주의 같다. 



 아베의 집안은 일본에도 별로 없는 정치계의 로얄패밀리 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본의 김일성 일가 같은 것인가? 아무튼, 그들은 우파라고 한다. 일본을 위해서, '니폰노 다메니'라고 하나? 나라를 위해 타국을 침략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파들을 보면 차라리 그들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우파는 누구인가. 음.. 글쎄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약 2시간에 걸쳐 기시 노부스케에 관해 방송한 적이 있다. 



약 2시간 분량인데 한 번쯤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우파보다 낫다는 말이지 좋다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나 저 나라나 우파들은 왜 하나 같이 저 모양일까? 우파라는 게 이스트 윙이 아니라 牛파 라는 느낌이 강하다.



 주옥같은 망언은 그칠 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그들은 그것이 망언이 아니라, 진실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 거짓말해야지' 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게 맞는데?'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베 신조는 진실을 다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대다수가 저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끔 이런 반일 감정을 가지게 하는 프로그램들은 중간이나 마지막쯤에 한국의 의견에 동조하며, 일본은 반성해야 한다는 일본 학자나 시민들을 인터뷰한다. 그게 한국 역사 탐사의 중요한 점이다. 한국은 이미 졌고, 과거 청산도 되지 않는 사실을 위로받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약을 선물한다. 일본인이고 약 7~80세 되는 자막으로 역사나 학자라는 말이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일본은 과거 한국에 한 약탈과 침략에 관한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해야합니다." 라고 말한다. 그게 모자라면 지나가는 일본 시민의 인터뷰도 한다. "일본은 한국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라고 한다. 많지도 않다. 약 3명이면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꽤 많은 학자와 시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해버린다. 




 안중근 의사를 기림은 당연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번 주제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좋았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을 보면 안중근 의사가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이 시대에 안중근 의사의 총은 쉴 수 있을까?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그리고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민족의 원수를 처단한 것이다. 그렇게 원수를 처단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스스로 일제 장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세웠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를 기릴 자격이 있을까? 아 진짜 답답하게 난 안 뽑았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군 뽑아서 그렇겠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다. 그러므로 다수결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나는 국민이다. 그러므로 나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불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위에서 계속 말한 것처럼 역사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지금 우리의 관점은 어떤가? 일제 장교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안중근 의사는 진짜 테러리스트가 아닐까? 땅값, 집값만 오른다면 안중근이라는 사람이 나라를 구했든, 테러를 자행했든 상관 없나? 일본은 그런 나라를 보고 어떤 사과나 협약을 하려고 할까? 나라면 안 할 것이다. 이미 일제를 국민들 스스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일제 장교는 긴 칼 옆에차고 말을 타고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였다. 부녀자를 납치하고 성 노예로 삼았다.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다. 생체 실험을 한다며 사람들을 가두고 갖가지 실험으로 비인간적인 짓을 했다. 그리고 그 일제 장교 속에 다카키 마사오라는 우리나라 대통령 박정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정희가 반란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점거했다. 그건 강제적 점거였다. 하지만 박근혜는 어떤가? 그녀는 여론 조작의 의혹이 있지만 어쨌건 국민 스스로 선택한 인물이다. 다수결로 그리 낮지 않은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고로 한국은 일제 강점을 2013년에 들어와 받아들인 것이 아니면 무엇일까?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이고, 위안부는 급여를 받은 창녀였으며, 한국은 스스로 좋아서 일본과 합방된 것임을 국민 스스로 표명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나 폴란드에서 SS 나치 친위대 장교의 후손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 너무 쓸데 없는 질문이다.


아직 한국에는 없던 안중근 기념관을 중국에서 얼마 전에 개관했다고 한다. 안중근은 중국에서도 큰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그는 한국인이다. 한국의 영웅을 한국에서 기념하지 않고 중국에서 먼저 기념한 것은 한국의 잘못일까? 아니면 중국의 오지랖일까? 당연 한국의 잘못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장교의 딸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안중근 의사는 기념 받고 싶을까?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이었나 그쪽은 전기세를 못 내서 폐관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쯤이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지만 친일을 하면 대대손손 호의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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