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포기하지 말고 찾아야 할 것 (톰행크스)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포기하지 말고 찾아야 할 것 (톰행크스)

Posted at 2014. 2. 11. 21:29 | Posted in 리뷰/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라는 영화는 소설이 원작이다. 911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한 가정의 짠한 사연이라고 축약할 수 있다. 911사건은 분명 미국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그저 하나의 비극적인 테러사건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였을까? 몰입이 안된 것도 사실이다. 더욱 몰입이 안된 것은 이미 한국드라마와 영화들로 단련된 눈물샘 쥐어잡고 일부러 짜내는듯한 스토리이다. 일부러 그랬는지 어쩌다보니 그랬는지 각색하다보니 그랬는지 그렇게해야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라는 관객은 그것이 매우 싫었다.



 톰 행크스와 산드라블럭이라는 스타들을 대동했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는 영화 속 주인공은 꼬마 역을 맡은 토마스 혼 일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떠나서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겨우 10대초반 이겠지만 그 절제됨과 약간의 자폐증세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오히려 톰 행크스나 산드라블록이 빛을 못봤다. 워낙에 비중이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소년의 연기가 좋아서 그랬다. 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천국으로간다거나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이 아니다.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관한 기억과 추억은 살아있다.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끝없는 향수만이 불러일으키고 결국엔 병이 도진다. 그 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고 더 활기차지는 사람도 있다. 꼬마가 바로 후자일 것이다. 활기차다기보다는 굉장한 의욕으로 아버지가 남긴것에 관한 조각을 찾아나간다.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추진력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가보다.


 톰 행크스와 꼬마의 케미가 돋보였다. 영화 초반에는 굉장히 흥미있고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부자간에 말도 안되는 놀이를 하는 그들을 보며 사랑일까? 우정일까? 생각하게되었다. 그만큼 둘이 호흡이 좋았다는 반증이겠다. 극 중 톰 행크스가 꼬마에게 마치 유언처럼 남긴 말이 있다. " 포기하지 말고 찾아라 " 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무엇을 찾아야하는지 주어가 없다. 그것이 꼬마가 고생길에 오를 것이라는 복선이다.



 꼬마의 모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출연한다. 미국인이 보았다면 꼬마의 상황에 연민을 느끼며, 그 꼬마를 대하는 어른들이 거의 하나같이 슬퍼하는 것을 보며 동질감마져 느꼈을 것이다. 유일한 오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거겠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영화인 만큼 더욱 더 슬프게 만들기 위해 어른들을 하나같이 착하고 동정심어린 사람들로 위장시켰거나 아니면 정말로 911 테러사건이 어떤 어른이라도 일단 침울하게 만드는 사건이든지. 그만큼 나로써는 필요 이상으로 극 중 인물들의 911에 대한 슬픔은 커보였다. 필요 이상으로. 


 영화는 한 가지 캐치프라이즈같은 수식어가 없다. 있다고해도 명확한 주어가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오히려 난 그것이 좋았다. 사람이 죽고 남은 사람이 슬퍼하는 것으로 무언가 하나의 수식어로 결과까지 도출하는 영화였다면 난 더러운 쓰레기 상업영화라고 욕만했을 것이다. 아주 다행히 슬픔만 증폭시키는 그냥 상업영화였다.



 산드라 블록이라는 여배우를 처음 인지 한것은 토요 명화에서 <스피드> 라는 영화를 해줄 때 였다. 정확히는 그 영화를 집에서 VCR로 녹화하였다. 그리고 그 후 약 4~5년을 심심하기만하면 봤던거같다. 그래서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블록은 잘 잊혀지지 않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는 비중이 별로 없어보였다. 


 나 처럼 이 영화가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을 던지기 이전에 마냥 영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엔 좋은 영화같다. 실화를 바탕하는 한 튼튼한 원작 그리고 페이소스라는 장치가 너무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영화이다. 무작정 슬프기보다는 장치와 장치 사이에 계산된 슬픔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아마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보고 울려면 진짜로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야 할 것이다. 그만큼 나에겐 공감 가는 구석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며, 내가 그랬다면 나와 같은 사람도 있다는 소리 아닐까? 순수한 사람이 보면 정말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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