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콜 - 부러운 사회 설정과 부럽지 않은 인간 설정 (The Call, 할리베리)더 콜 - 부러운 사회 설정과 부럽지 않은 인간 설정 (The Call, 할리베리)

Posted at 2014. 2. 10. 15:23 | Posted in 리뷰/영화

 할리베리가 주연한 영화를 그녀가 주연한 것을 염두에 두고 본 것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다. 스릴러로써 어느정도 긴박감을 유지했고, 시점의 변화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후반부 때문이다. 너무나도 억지스러운 상황에 픽션이라는 걸 알면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전반부의 혼을 빼놓는 전개가 다 물거품이 되게 만든 작품이다. 나쁘다. 나쁘지않다. 좋지않다. 좋다. 중 딱 중간 그저그렇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손색이 없을 영화다.




 이 영화의 사회적 설정은 무척이나 부럽다. 언뜻 줏어들은 이야기로는 미국 911 전화교환원은 매우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그 상황과 전개방식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물론 우리나라 119구조대도 아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인터넷 상에서 유일하게 까이지 않는 공무원이 119구조대와 소방대라면 말 다 한것이니까. 


 유영철이던가, 어떤 살인자에 대한 신고가 어이없게 묵살되버린 사건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확실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있었음에도 우리나라의 긴급전화교환원의 자격은 그냥 공무원 시험 통과했으며 몇 주간 신고 접수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지 않을까? 공무원 시험이라함은 영어 국어 한국사.. 같은 쓰잘데 없는 일반상식을 일컫는다. 그 사람들이 잘못 한다는게 아니다. 애초에 나는 신고서비스를 이용해본적이 없다. 공무원들을 깍아내릴려는 의도도 아니다. 다만 흘러듣는 이야기로 119나 112에 신고하였을때, 주소를 되묻는다던지, 실제 가택침입이나 납치의상황에서 그 교환원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들리는 소문은 그저 한숨만 나온다. 소문은 소문일뿐인가?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극중 범인은 그냥 정신병자이다. 누군가를 납치한다는 것은 돈을 노리는 유괴나 성적 쾌감을 위한 성폭행이 나에게 그마나 이해되는 구실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그냥 죽인다. 물론 옛사랑을 못 잊었다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지만.. 그게 처음부터 이유가 안된다는 것을 정상인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긴 그래서 연쇄살인마겠다. 



 한 소녀가 납치된 사건에 헬기와 경찰 수십명이 달라붙는다. 과연 우리나라도 그럴까? 신고가 접수되면 우리나라 경찰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분명 영화처럼은 대처하지 못할것이다. 이는 미국경찰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는 극본이 없으니까. 그리고 난 미국경찰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관한 많은 교육을 받는 사람은 더 기민하고 다양한 대처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겨우 몇 주간 교육받는 사람하고는 많이 틀릴 것이다. 그래서 부러웠다.


 부럽지 않는 것도 있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한 건지 아니면 원래 미국이 그런 사회인지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개목숨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소녀와 단역으로 나오는 주유소아저씨의 목숨의 무게는 같다. 하지만 그 단역은 너무나 쉽게 죽고 너무나 쉽게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스토리상으로 그의 죽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단역의 직원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아주 빠르게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걸 보여주듯 약1초의 시간도 주지않고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책상에 앉아 전화에 의지하여 범죄를 맞서고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할리베리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스릴도 넘쳤다. 그런데 영화 막판에 갑자기 무슨 오지랖이었는지 교환원이 출동을 한다. 애착이 가고 답답한 마음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행위는 그저 오바이고 억지스러울 뿐 감동도 스릴도 무엇도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교환원이 출동해서 무슨 단서를 찾았지만 남친 경찰이나 그냥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다. 제2의 오지랖 범인 스스로 소탕이다. 아 정말 왜 그랬을까? 왜 이렇게 좋은 작품에 그런 작위적이고 쓸데없는 장면을 넣어야만 했을까?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해가 안가는 장면을 내 머리 속에서 지우고싶다. 극 중반에 범인이 소녀의 핸드폰을 발견하여 부셔버린다. 그 시점에서 할리베리는 소녀와 단절된다. 할리베리의 상사는 집에서 쉬라고한다. 딱 거기까지. 거기서 끝냈다면 어땟을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것같다. 똥싸다만 느낌이라며 그냥 억지스럽게라도 끝내자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영화를 무언가 결론을 내기위해 보는 것은 아니지않는가. 


 그 억지스러운 결론때문에 이 영화존재의의를 조금이나마 알것같다. 바로 상업영화' 이다. 스릴러물이며, 연쇄살인마라는 절대악이 등장한다. 피해자는 선하고 힘없는 소녀 마지막은 권선징악으로 끝내는게 보기 좋을 것이다. 예술영화나 메세지를 전달할려는 영화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범죄스릴러는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권선징악보다는 권악징선의 결과가 더 많으며 선이든 악이든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승리한다. 그래서 영화같은 허구는 우리에게 마약을 전달하듯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것일까? 우리는 그로써 이 세상의 악이 하나 줄어든것같은 허상을 느끼며 세상은 정의롭다는 오해를 하게된다. 


 여러므로 안타까운 영화이고,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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