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 어른들이 잊어버린것을 위하여..(Frozen, 2013)겨울왕국 - 어른들이 잊어버린것을 위하여..(Frozen, 2013)

Posted at 2014. 2. 9. 15:32 | Posted in 리뷰/영화

 디즈니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재미있다. 하지만 이런 이례적인 흥행은 정말로 오랫만이다. 그 옛날 <알리딘>, <라이온킹> 이 흥행할 때와 같은 열풍이다. 디즈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디즈니의 부활이란 디즈니라는 회사의 부의 축적을 하기 위함이 아닌 유쾌하고 순수한 작품들을 더 생긴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을 보다가 생각난 작품이 있다. 영화가 아닌 동화이다.바로 안데르센이 지은 '눈의 여왕' 이다. 어렷을 적 봤고 또 짧은 동화책의 특성상 그리 기억에 남는건 없다. 다만 하늘 위 세상의 눈을 지배하는 여왕과 트롤들이 기억난다. 물론 겨울왕국 영화와 눈의여왕 동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차가운 것을 지배한 것이 같다고 생각난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란 망상 때문이다. 많은 동화들은 그 이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났다. 물론 눈의 여왕 동화도 그랬을 것이다. 다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주체가 눈의 여왕이 아닌 다른 어린아이 주인공이었으며 겨울왕국은 눈의여왕이 다 성장하기 전의 이야기로 상상해봄직하지 않을까? 어쨋거나 그냥 망상이다.



 기본적으로 삐둘어진 관점에서 봐야 재밌는데 왠지 이 영화는 그렇게 볼 구석이 없다. 인물과 사건의 왜곡은 어차피 디즈니가 만드는 영화의 주 타깃이 어린이들이기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삐뚤어진 관점이나 논리들은 어린이들의 순수함에 충분히 묻힌다. 그래서 난 순수한것이 좋다.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면 어차피 그것 또한 삐뚤어진 것일테니 삐뚤아진 나는 순수한건 아니지만 순수한건 이 세상에서 삐뚤아진 것일수도 있다.



 엘사라는 마법을 쓰는 어린 여왕 캐릭터는 눈을 끌만하며 어린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어필할만하다. 아이들 뿐이겠는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나오듯 아무리 미천한 신분인 여자라도 왕자나 재벌의 간택을 받아 결국 신데렐라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많은 여성들은 거기에 자신을 이입시킨다. 자의든 타의든 무의식이든 말이다. 그 무의식적 허영에 엘사의 모습 또한 투영되기 쉬울것이다. 아이들이 설마 그러겠느냐 라고 반문할 지 모른다.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은 원래부터 왕자니 공주니 하는 인물들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이 하나의 놀이다. 엘사의 경우 원래부터 여왕이었으니 이입시키기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쁘고 돈많은 윗사람에 대한 이입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조건에서건 가능하다.


 하지만 극중 엘사의 진짜 모습은 어떤가? 난 한없이 외롭게 보였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외로워보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법의 힘은 관점에 따라 저주가 될 수도 있고 능력이 될 수도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 이전에 엘사에겐 무조건적 힘 이었기에 강제성이 있다. 영화 초반에 거의 '몇년 후' 식의 시간 달림이 있었다. 그 달림 속에 엘사는 늘 혼자였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힘으로 인해 자매와 어울리지도 못하고 스스로 불안에 떨며 문을 잠궜던 소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엘사' 라는 캐릭터의 외로움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용이다. 어린이들은 그저 힘들겠구나 싶겠지만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같이 있지 못한다는 괴로움은 어른들이 이해할 때 더 크게 다가갈것이다. 이 시대의 어른들은 모두가 외롭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이라는 영화를 보며 나이적으로 어른인 나를 웃게만들어버린 캐릭터가 '울라프'다. 그 웃음이란 슬랩스틱 코미디같은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가리지않는 용기와 처지구분 못하는 의로움과 로맨스 때문이다. 눈사람 주제에 여름을 꿈꾸는 것은 얼마나 멋진가! 친구를 위해 눈사람 주제에 불을 피우는 것은 얼마나 의로운가! 겨울 왕국 통틀어 엘사나 안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난 이 영화에서 '울라프' 라는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든다.



 어른들은 잊어버린다. 어릴 때의 기억들이 아닌 어릴 때의 감정들을 잊어버린다. 그것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릴 때를 얕잡아보기도 한다. 우리인생에서 제일 순수하고 남의 위하고 낭만적인 시기를 우리는 잊어버렸다는 이유로 등한시한다. 그래서 난 '겨울왕국' 이라는 영화가 맘에들었던거같다. 그 시절을 조금이나마 회상하게 해주는것같다. 


 영화를 생각해보면 단조로웠던 디즈니의 스토리라인이 발전한거같은 느낌이 든다. 짜임새가 더 좋아졌다. 그 예를 들수있는 근거가 바로 남부제도에서 온 안나의 왕자이다. 디즈니 연출상 원래부터 악인은 항상 악인이고 선인은 항상 선인이다. 배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린애들이 보기에도 배신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극 거의 후반에서 반전을 노리는 것은 내 기억에서 처음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스토리 이해력이 그렇게 상향평준화 된 것일까? 내 생각에는 어른들을 계산에 넣은 거 같은 느낌이다. 



 겨울왕국 히트의 이유 중 OST를 빼놓을 수 없다. 원래부터 디즈니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주옥같은 OST를 자랑한다. 겨울왕국도 역시 LET IT GO 라는 명곡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따라하고있다. 알라딘에서의 자스민 공주와 알라딘의 듀엣도 좋았고 라이온킹에서의 하쿠나마타타도 좋았다. 왠지 디즈니영화를 보는 것은 OST를 듣는것이 목적의 반인 느낌이다. 


 내가 나이를 더 먹어 백발이 성성해지고, 세계의 기업들은 없어지고 생겨나고를 반복하더라도 디즈니 만큼은 계속 남았으면한다. 이런 가슴설레고 재밌고 순수한 작품은 그 작품으로 끝나기 보다는 더 많은 작품을 사람들이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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