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수첩 - 산업재해, 숨겨진 진실, 그리고 현실PD 수첩 - 산업재해, 숨겨진 진실, 그리고 현실

Posted at 2014. 6. 5. 13:17 | Posted in 리뷰/TV

 먹고 살 수 있게 일자리를 주면 거기서 다치더라도 근로자는 입 닥치고 본인 과실이나 실수에 의한 재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어떻게 된 일인지 법은 그렇지 않음에도 우리나라 노동 환경의 산재에 대한 인식은 매우 후진적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금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상위 1%의 부가 법이며, 희망 전부인 나라이기에 이해 못 할 현상도 아니다. 그게 부적절하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거나 비상식적이라고 말할 이유도 없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 부자의 돈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뿐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망자들만 생각해도 이런 산업재해에 대한 문제는 아마 사회에 만연해있으리란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그쪽은 멋지게 파이팅하는 유가족이 존재하여 영화도 만들어지고, 사회에 많이 회자 되었다. 하지만 그 밖에 자잘한 재해들과 원인불명의 재해에서는 어떨까? 





  건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인 타워크레인에서 사고가 났었다. 그 사고에 대해 많은 말이 있지만, 회사 측은 언제나 그렇듯 개인의 과실이나 실수로 몰고 있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노조의 생각은 달랐다. 장비의 노후와 안전관리 미숙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결말 뻔한 싸움의 끝을 보고 싶진 않다.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승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돈이다. 즉 돈이 정의이다. 사측과 노조라는 조직은 간단하게 비교하더라도 사측이 돈이 많은 조직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대한 정의는 회사가 될 것이다. 


 근로자의 과실, 그게 사측의 편의를 위한 거짓말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애초에 알 필요가 없다. 돈이 많은 회사가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저 돈이 위대해서라기보다는 이 나라 모든 시스템이 돈이 많으면 유리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끝내는 법정 싸움이 된다 쳐도 그 안에 들어가는 변호사 비용과 각종 유지비가 과연 누구에게 더 압박이 클지는 너무 뻔하다. 











 2008년까지는 안전보건공단에서 안전검사를 한 듯하다. 하지만 그 이후 민간업체들에 이런 안전검사가 넘어갔다고 한다. 인터뷰하는 분의 설명이 논리적이어서 좋았다. 민간업체들이기에 많은 안전검사를 할수록 이윤을 남기기에 피검사자가 편하게 느끼게끔 설렁설렁 검사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 창출을 할 수 있을까? 란 관점에서 너무 당연한 행동이다. 그 당연한 행동 덕분에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목숨을 잃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허가한 민간업체의 안전점검이 근로자를 죽이고 있다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국가는 국민을 죽이고 있다. 


 국가는 어떤 형태든 국민을 죽여왔다. 그래서 그것이 나쁘다거나 비도덕적이라는 생각보다는 '나만 안 당하면 되지.' 라는 소극적 자기 위안을 해본다.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에 본 한국의 정치 형태를 고려하면 결코, 이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조심하자는 생각만이 개인의 최대 대책은 아닐까? 


 일명 노가다판이라는 건설현장에서 일하지 않기에 관계가 없다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저 사람들이 죽든 말든, 일단 자신은 그런 위험에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의 인식은 틀리지 않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저런 국가가 초래한 위험에 해당될 때는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남들도 '남의 일' 이라고 생각할 것이란 당연한 원리는 견지했으면 한다.













 어떤 노무사가 말하는 중대 재해 시 기본적인 대처 전략에는 119를 부르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 물론 이유가 부상자의 악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기관의 조사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대책을 생각하는 노무사들이 많다고 한다. 대한민국 노무사 수준은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인명보다 그 후 수습대책을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적인 그들의 광기는 흔히 '미쳐야 성공한다.'는 한국에서 완전한 귀감을 보이는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119와 지정병원의 구급차는 차이가 크다. 119는 응급의료진이 타고 있으며, 많은 경험과 국가적 지원을 받는 구조팀이기 때문이다. 중상자를 119에 태워 응급치료하면서 병원에 가는 것과 그냥 태워서 병원에 가는 것은 천지 차이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왜 지정병원의 구급차를 선호할까?라는 질문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쉽다. 


'생명 < 돈'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은 건설사엔 사망 책임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물론 정말 책임이 없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며,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지 모르지만, 직접적인 사인에 관해 개인적 과실이나 일탈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회사의 과실이 있을 수도 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은 아닐 것이다.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박두용 교수는 가장 나쁜 산재의 종류가 '은폐'라고 말했다. 은폐는 자동차의 뺑소니 사고와 같이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모른 척함으로 살인 방조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살인이라는 것이다. 


 '산재는 악이고, 산재가 나지 않으면 선'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이미 사회엔 만연하다. 그래서 마냥 산재가 나질 않길 원한다. 만약 산재가 나지 않더라도 은폐에 성공하면 선이 되는 것이다. 산재가 나서 그것을 잘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아예 나지 않거나 걸리지 않은 것이 최선이다. 








 한정애 국회의원이 말하는 산재율의 괴리는 너무 당연한 논리였다. 산재 신고를 정직하게 하는 멍청한 기업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국기기관으로부터 감시를 받게 된다. 당연히 보험료도 오를 것이다. 금전적, 심리적 손해를 당한다. 하지만 조금 타협하면 새 세상이 열린다. 조금만 치사해지고, 조금만 야비해지면 보험료도 오르지 않아 회사의 주가도 올릴 수 있고, 부하직원들의 인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1석 2조이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들은 모두 영리하다.


 산재처리를 하는 것이 정직하고 바른 행동일까? 법적으로 어떤 판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의 상식으로는 바르지 못한 행동이다. 왜냐면 금전적 손해는 물론 직원들의 인권 가치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이익도 없는 짓을 해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인력이 갑자기 인간으로 변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게 기업의 윤리 아닐까?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별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가 상식화되고 있다. 그 말은 진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이 있거나, 기업이 그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추상적인 관념에 대해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 가보지도 않은 아프리카나 산동네 사진을 걸어놓고 '얼마를 기부했네, 어떻게 도와줬네,'라고 한다면 어떨까? 사실이 어떻든 기업의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는 비논리적인 인식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뒤로는 위와 같이 노동자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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