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 다친 마음의 대물림,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의 나라 대한민국SBS 스페셜 - 다친 마음의 대물림,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의 나라 대한민국

Posted at 2014. 6. 3. 12:18 | Posted in 리뷰/TV

 SBS 스페셜에서 다친 마음을 뜻한 트라우마가 대물림된다는 내용으로 방송했다. 어느 정도 수긍한다.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은 사람은 자식에게 그 본연의 증상을 그대로 내비치기 일쑤다. 그 증상을 본 자식은 그에 반응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즉 전쟁으로 장애를 얻은 아버지의 트라우마는 폭력과 폭언과 무관심으로 표출되고, 그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아이가 갖게 되는 순환 효과에 대해 수긍한다. 하지만 한 가지 사건에 대하여, 삼대에 걸쳐 오직 그 사건에 대한 피해를 생각하며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갔다. 심리학자의 말이 그렇다 하여도 믿기지 않는다. 실제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에 의해 트라우마가 표출되는 것과 그것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적 트라우마가 같을 수 없으며, 고통의 양도 틀릴 것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하나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면 얼마나 비극적일까?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제로 그런 사건이 몇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구한 고통과 재난과 피의 역사가 있는 나라이다. 방송대로 따지자면 한국은 한국이기 이전 조선조부터 지금까지 그 트라우마가 끊이지 않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나라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실종자만이 그 사건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참사에 대해 희생자 가족은 물론 많은 시민까지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심각한 사건에 대해 강한 이입으로 정신적 혼란과 고통을 가지는 상태의 사람들을 보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저런 제 살 깎아 먹기 감정 발산이나 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냉소를 비춘 적이 많다. 


 세월호 참사에서 진짜배기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피해자 가족뿐이다. 나머지는 그저 세월호 참사라는 상품에 감정을 이입해서 마음껏 슬픔을 소비하다가 '잊지 않을게.'라며 외치고 결국, 잊고 마는 말 그대로 뉴스 소비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피해자가족의 트라우마는 걱정되지만, 그 외 일반 시민들의 트라우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된다. 




 대구 지하철 참사 또한 아직 많은 후유증 환자를 남기고 있다. 실제 보진 못했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 피해자들의 생활을 그린 다큐에서는 생활에서 불을 쓰지 못해, 라면도 못 끓이는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이미 몇 년이 지난 시점까지 계속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교수는 외상 트라우마 장애가 있는 뇌와 일반 뇌가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운트 시나이 정신의학대의 레이첼 예후다 교수는 트라우마가 당사자뿐 아니라, 자식에 이어 손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얼마만큼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거의 모든 사람이 트라우마에 걸려있어야 정상이다. 


 한국은 일제 침탈기라는 치욕적인 식민지역사가 있다.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이 있었다. 현재 4~50대 이후의 사람들은 모두 한국전쟁의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아들과 손자들도 모두 트라우마가 있다는 소리이다. 방송 말미에 예후다 교수가 말하듯이 환경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트라우마가 세대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은 헛소리다.















 동신대 상담심리학과의 최태산 교수가 말하는 심리학적 트라우마 관리법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같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 느낌으로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어떤가? 둘 중 하나이다. 슬픔의 강요와 냉소에 의한 무관심. 이번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의 온정과 도움의 손길보다 막말과 비하, 그리고 이용의 목적으로 사건을 다루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 유발 사회이다. 




 다친 마음은 대물림되지 않는다. 다친 역사는 대물림된다. 다친 상처인 트라우마는 의지에 의해 대물림되거나 되지 않을 수 있다. 트라우마를 떠나 우리가 반드시 대물려야 할 것은 역사와 반성이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대물릴 필요가 없으나, 그에 관한 역사와 반성은 고스란히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이미 그런 책임을 버린 것 같아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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