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프라임 - 유권자에게 길을 묻다, 투표가 중요한 이유MBC 다큐 프라임 - 유권자에게 길을 묻다, 투표가 중요한 이유

Posted at 2014. 5. 30. 10:47 | Posted in 리뷰/TV

 세월호 참사로 6.4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다. 그다지 조용한 것 같지 않아도 예전을 생각하면 상당히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그렇지 않은 후보도 있다. MBC 다큐 프라임에서 '유권자에게 길을 묻다.'란 제목으로 방송했다. 유권자의 권리와 투표의 중요성, 공약의 중요성과 신뢰에 관한 전반적인 6.4 지방선거를 위시한 방송이었다. 


 지난 대선에 마치 열풍처럼 불었던 투표독려운동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한 것은 투표하는 자체를 독려했다는 것이다. 투표소 가서 이름 옆에 도장을 찍고 제출한다. 라는 간단한 행위가 정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국민의 모습일까? 자기 편할 때만 민주주의 외치지 말고 제발 그 이름에 맞는 행동을 했으면 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일컬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민이 주인인가? 주인이라서 어떤 일을 하는가? 물건 관리 안 하는 주인은 주인 자격이 있는가? 여러 가지를 따져 묻는다면 결코 한국은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다. 권력자와 자본가들의 횡포 때문이 아니다. 주권자들의 무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직접 운영하는 편의점에 알바를 들인다. 그 알바는 신상명세와 경력과 인성을 보고 뽑을 것이다. 그게 주인이다. 그래놓고도 불안해서 CCTV는 물론, 가끔 소리소문없이 나와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같은 주인은 어떤가? 그냥 인상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다. 혹은 집안이나 학력이나 출신을 보고 뽑는다. 뽑은 후에는 어떤 감시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바가 마치 편의점이 자기 것인 양 금고에서 돈을 빼다 쓰고 물건을 마음껏 쓰더라도 아무 말이 없다. 가끔 이 문제를 인식한 주인이 항의하지만, 알바가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주인을 잡는다. 


 투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냥 투표가 아닌, 공약과 경력을 보고 뽑는 투표가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생활정치를 결정하는 선거이다. 하지만 선거 중에 가장 투표율이 낮은 선거이기도 하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살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저조한 정치참여도 한몫할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무서워한다.'라는 명제는 정치학적으로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에서는 어떨까? 정말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할까? 말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그냥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기억하며 공약을 보고 투표를 하는 국민들을 무서워한다. '어느 당이 낫네, 우리 지역 출신이네.' 하는 국민들을 보면 정치인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뒤에서 "예스! 호구, 노예 새끼들이다." 라고 좋아할 것이다. 대부분 한국 유권자들, 특히 지방 유권자들은 이런 노예 성향이 강하다. 결국, 그런 정치성향은 한국의 정치한계를 만들고 그런 정치가 이끄는 한국의 수준은 어느 재벌 집 아들이 말한 것처럼 여전히 미개하다. 

 




 불현듯 초등학교 때, 나름 뜨거웠던 전교 회장 선거가 기억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곧잘 따라 한다. 지키지 못할 공약 남발과 지연으로 이어지는 청탁으로 점철됐던, 선거는 '누가 됐다.'라는 마무리가 되면, 그 후에 그 사람이 공약을 실행하는지 마는지는 상관없었다. 가끔 조회시간 때 앞에 나가서 한 번씩 발표하는 용도로 전교 회장은 쓰였다. 그 어린이가 커서 온전한 유권자가 됐다. 그리고 그런 선거성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나부터도 선거 후에 그 사람의 공약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감시는커녕 관심도 없다. 






 매니페스토(manifesto) - 책임 있는 약속, 계약, 구체적 약속을 의미하는 라틴어 오늘날에는 정치가가 내놓은 공약을 말함.



 1834년 로버트 필이라는 사람이 '더 이상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라고 말하며 메니페스토의 시초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한국이었다면, 당선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다다. 메니페스토 정신? 그저 '패배자의 변명이다.'라고 정의되며, 선거 승리자는 멍청하고 경쟁 의지가 없는 상대를 만났음에 매우 흡족할 것이다. 한국에서 메니페스토는 아마 그렇게 이용당할 것이다. 다행히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메니페스토로 당선된 인물 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이다. 차별화되고 구체적인 매니페스토는 유명하다. 오랜 보수당 체제를 무너뜨린 이유는 유권자에게 가능한 공약 재원과 기한 등을 함께 제시했다는 것이다. 


 공약의 내용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약의 신뢰이다. 노인에게 한 달에 20만 원씩 준다는 공략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 중요한 공약이다. 하지만 그에 관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공약은 무엇일까? 실제로 어떤 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공약을 내건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나, 그 실행 여부는 지금도 불투명하다. 그런 나라에서 공약이란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느냐를 시험하는 거대한 사기, 공갈의 나라가 아닐까? 하긴, 그쯤되면 속이는 사람보다 속는 사람이 더 의심스럽다. 진짜 멍청해서 속는 건지, 아니면 재미로 속는 건지. 








 한국 또한 뿌리 깊은 정치혐오가 있다. 하지만 정치는 혐오 받을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정치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잘못은 다 하는 데, 사람들이 그 자체를 혐오하는 것이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는다고 해서 공부가 나쁜 것일까? 그건 그냥 학생이 잘못한 것 아닐까? 


 정당, 정쟁, 정치인은 정치의 한 부분이다. 작금의 정치인들이 정치 전부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의 참여가 없기에 그렇다. 그 빈자리를 사기 잘 쳐서 당선된 정치인이 메꾼다. 당연히 올바른 정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활이 안 좋아진다.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진다. 다시 사기 잘친 정치인이 메꾼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한국 또한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2006년 5.31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를 실시하면 공약들이 구체화 되며, 그 신뢰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매니페스토 정책을 실행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공약이 희망차고, 아름답게만 꾸며져 있을 뿐, 구체적 실행 공약은 없었다. 물론 모든 후보가 그런 것은 아니며, 내가 사는 동네만 그럴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이번 선거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공약을 내거는 것은 아니다. 아예 공약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있다. 그 사람이 공약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는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뽑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지역 사람들은 주인 됨을 포기한 것과 같다. 한국에 정말로 그런 곳이 있다. 



 유권자에게 정치적인 어떤 능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정치인이 한국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학연, 지연, 출신 지역과 거쳐온 경력이 한국에선 정치인의 행보와 향후 가능성을 말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 지역 출신이며, 그 지역 학교를 나왔고,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인물과 친하며, 그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말은 한국에선 아주 당연한 후보의 자랑이며, 일부 유권자들도 능력과 의지보다는 일단 그런 성분을 더 본다. 그런 유권자들 덕분에 한국의 발전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당선자들은 국민들에게 선거 때만 굽실거린다. 선거 때만 국밥을 먹고, 시장에 돌아다니며, 모르는 사람과 악수를 한다. 약 100% 확률로 정치인들은 모두 선거 때만 하지 않던 짓을 한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속는다. 한국 사람이 철두철미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이리도 순진한 사람들을.










 상명대 행정학과 김미경 교수는 투표와 거래를 비교해서 설명했다. 너무나 적절한 설명이다. 시장에서 한 푼이라도 깎아볼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 왜 정치 활동에서의 손해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까? 김미경 교수는 유권자의 표가 화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돈은 아니다. 팔 수도 없다. 오직 행사하거나 포기만 할 수 있다. 


 아마 자신의 투표권한을 정말 팔 수 있다면, 한국의 권력자는 어떤 기업이 독점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주인의 권리를 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노비로 전락한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시대가 역행을 끝낸, 조선조나 고려조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정도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2월 기준 비례대표정당공약을 제외한 선출직 공직자의 공약 총 수는 8만 개를 넘는다. 그렇다면 저 공약 중에 과연 몇 개나 지켜질까? 8만 개가 다 지켜지진 않을 것이다.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에서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도 선택하라고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덜 나쁜 사람, 덜 미운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한다. 













 지방선거는 한 번에 7장의 투표를 치른다. 그렇다면, 아마 가서 이름만 보고 찍기는 힘들 것이다. 집에 도착하는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보고 투표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구,시,도의원까지 뽑다 보면 알아보지 않고 간 사람의 눈에는 온갖 듣보잡들이 범람할 것이다. 솔직히 그런 사람은 가나 마나다. 투표보다는 도장을 찍으러 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골빈 사회의 암적인 사람이 자신은 투표했다며,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이나 찍고 앉았을 것이다. 주인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다. 편의점 주인이 알바 뽑았다고 인증샷을 찍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인증샷이 호감을 얻을 정도로 많은 기권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쁘게 생활하는 대학생은 선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전한다. 이 대학생이 나쁘다고 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활해도 불편함이나 불리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잘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카메라 소매업을 하시는 사회인의 말은 현실적이다. 대부분 밥벌이와 직장 생활 때문에 투표를 못 한다.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확실히 할 필요가 없다. 밥벌이는 투표보다 중요하다. 확실한 진실이다. 밥벌이가 중요한 사람이 투표를 안 해서 설령 독재자의 후손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건 그 사람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로 인해 미칠 영향에 대해 투표를 안 한 사람은 한마디 불평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이 말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은 이유는 새롭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선거 때만 하는 서민 코스프레와 당선 전, 후에 달라지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용인하거나, 아예 무관심할 때 정치인들은 국민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인도 한국 국민들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실제 통계에서 저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54%을 약간 넘겼다.  약 절반 이상이 관심이 없는 나라에서 정치인만 신 났을 것이다. 





 알렉시 드 토크빌의 유명한 명언,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진실이다. 그래서 한국도 현재의 대쪽같고, 책임감 있으며, 창조적이고, 쉬지 않는 벌꿀의 성실함과 솔선을 수범하는 정부를 갖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슈퍼 울트라 갑이 국민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모든 것을 결정하며, 투표 후 당선된 사람이 부정이나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것과 같이 당선 무효나 탄핵이 실행된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대로 된다. 만약 그렇지 않은 나라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표하기 전에 투표용지는 다만 하나의 종이에 지나지 않았다. 기표했을 때 투표지는 밖으로 나가 힘이 되려 했지만, 여론조작이 있었다면 어떨까? 웃음이 났다. 


 어떤 후진국에서는 국가기관이 여론을 조작해 선거했다. 그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지만, 웬일인지 조용하기만 하다. 그런 미개하고 후진적인 나라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나라 대통령은 정말 왜 있는 건지 한심스럽다. 아니 그런 나라 국민이 한심스럽다. 그러니까 후진국 소리나 듣는 것이다. 


 보나 마나 그런 나라는 가만히 있던 다리도 무너지고, 백화점도 무너지고, 배가 바다에 침몰해도 한 명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하다. 



 선거연수원 조태성 서기관은 우리나라의 주인이 국민과 유권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주인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선거이다. 물론 선거로 확인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헌법과 상식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주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방치된 채 시간이 흘러보면, 주인에게 선택받은 일꾼들이 언젠가는 주인에게 칼을 들이댈 것이다. 주인이 화들짝 놀라겠지만, 아마 그때는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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