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모 아니면 도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민폐1박2일 모 아니면 도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민폐

Posted at 2014. 4. 14. 18:31 | Posted in 리뷰/TV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즌3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인원교체로 예전의 재미를 거의 되찾았다. 그래서 요즘 즐겨보는 프로이기도 하다. 여행 버라이어티로 1.5천 리의 아름다운 강산을 보는 재미는 사라졌지만, 인물 간 예능 요소가 굉장히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냥 웃고 넘기기에 너무한 장면이 나왔다. 

 


 재밌는 장면 찍자고 희생되는 주민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풍도라는 풍광 좋은 섬마을에서 촬영을 했나 보다. 야생화를 찾고 주민들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은 보기 좋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눈에 거슬린 장면이 있었다. 바로 잠자리 복불복의 종목으로 우편배달을 하는 중에 김종민 씨가 어느 할머니 집에 도착했고, 그 할머니는 목욕을하고 있었으며, 목욕하는 할머니가 있는데도 문을 열고, 당황을 하고 결국 대필 사인을 해서 다시 우편을 전달했다. 물론 안에서 목욕하는 할머니가 살짝 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방송에 대한 어떠한 합의나 공지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할머니가 밖에 카메라가 있는지 알았을까? 


 이미 예전에 폐경기가 왔을 것이며, 얼굴도 몸도 모두 쭈글해진 할머니라서 어떤 여성권도 지킬 필요가 없었던 것일까? 하긴 할머니 자신마저도 별로 상관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공영방송으로 지켜야 할 기본이 안 된 민폐의 범위이다. 대상이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장애인이든 인간은 누구나 기본권이 있다. 그 기본권을 희생하면서 방송에 내보내려면 기본적으로 합의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아무리 좋게 봐줘도 샤워 중인 할머니에게 '김종민 씨가 방송 중 게임으로 우편물을 전달할 것이며, 그걸로 샤워 중이더라도 문을 열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합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저번 기차여행에서도 그렇고 은연중 1박 2일은 시민이나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며 촬영하는 것이 시청자와 호흡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통 사람들이 나오면 더 시청률이 좋은 것인지 자주 그런 민폐성 이벤트를 실행한다. 상호 간 합의가 있었다면 괜찮지만, 주민의 합의가 없었으며 주민의 상황이 촬영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재밌는 장면일 거 같으면 촬영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은 역겨워져서 TV를 꺼버렸다. 


 예를 들어 저런 섬마을 시골이 아니라 강남의 빌딩 숲에서 촬영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아파트 문이 열려 있으며 안에서 젊은 여성이 샤워 중이라고 해도 게임의 일환인 우편을 배달하고, 싸인을 받기 위해 김종민 씨가 문을 열 수 있었을까? 그리고 대필 사인을 하고 발길을 돌리며, "세숫대야로 가리고 계시던데요. 헤헤"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꽤 시끄러울 사건이 될 것이다. 시골이라서 할머니라서 이런 게 괜찮고,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고, 내 인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애초에 할머니가 합의했을 수도 있다. 


 감히 공영방송 KBS에서 나온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촬영한다는 데 저런 시골 마을 아낙의 사정이나 기본권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같이 재밌게 노는 것은 상관이 없다. 그런데 합의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사람의 사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을 방송에 내보낸다는 게 참 어이없고 불편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1박 2일 팬분들은 이런 지적을 하면 아마 "그럼 보지 말든가"라고 할 것이다. 그 말이 궤변인 이유는 나도 한 달에 한 번 자동으로 전기세와 함께 KBS에 관한 수신료가 나가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항의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 두 번째 이야기의 잠자리 복불복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한편으로 그 생각이 나만의 생각이길 바랄 뿐이다. 이제야 예능으로 점점 재미도 있어지는 1박 2일이 그런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프로그램이 아니길 바란다. 내가 착각한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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