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이즈 뉴 블랙 - 현실적인 여교도소 이야기오렌지 이즈 뉴 블랙 - 현실적인 여교도소 이야기

Posted at 2014. 4. 13. 21:32 | Posted in 리뷰/TV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은 야한 미드이다. 그리고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아주 재밌거나 스릴 넘치거나 감동적이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시즌1 13편을 한 번에 몰아볼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중독성 때문이다. 추천 미드나 명작 미드라고는 말 못하지만 킬링타임용이라거나 쓰레기 미드라고도 못하는 이유는 그런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 



굉장히 현실적인 전개

 

 어차피 이것도 드라마인데 현실적일 이유는 없다. 주인공이 고난 겪고 멋지게 헤쳐나가고 친구를 사귀고 나름의 왕국을 건설하거나하여 주인공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그런 뻔하디뻔한 드라마는 너무 많다. 그런 뻔한 드라마는 나름의 스토리가 좋아서나 인물의 성격이나 연기가 좋아서 보는 면이 크다. 하지만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그런 점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 같다. 그러니까 다 같은 단맛을 무기로 하는 음료수 업계에 갑자기 매운맛을 무기로 새로운 음료가 나타난 기분이다. 이것도 달고 저것도 달다. 이건 포도맛이고 저건 오렌지맛으로 먹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매운 맛이라니, 오렌지와 포도로 점철된 시장을 매운맛과 단 맛으로 단번에 프레임을 바꾼 사례같은 드라마이다.


 억압적이고 자기 일에 딴죽를 거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나 교도소 내의 엄마라고 불리는 러시아 여자, 남자에서 여자로 완전히 변신한 트렌스젠더 미용사, 약쟁이며 레즈비언, 마약 조직에 있었던 주인공의 옛날 여자친구, 주인공에서 집착하는 흑인 레즈비언, 간수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한 여자, 그 여자의 엄마, 간수 주제에 교도소에서 불법적인 매춘과 약 거래를 하는 간수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그런 성격은 드라마에서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리갔다 저리갔다한다. 유명 드라마들은 천재적인 작가의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들에게 스릴을 주지만,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은 거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식의 전개를 해버린다.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깡패에거 돈을 뺏기면 그대로 다 뺏기는 거지만, 드라마에선 히어로가 도와주거나 주인공을 그 상황을 헤처나가는 상황의 차이가 있는데, 이 드라마에선 그냥 돈을 다 뺏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보는 내내 불편한 시청자가 분명히 있다. 주인공의 태도마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뭔가 우유부단하고 멍청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그녀야말로 현실적인 그냥 보통 여자일 것이다. 그래서 교도소 내의 큰 문제에 그녀가 모두 개입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개 같은 형태로 말이다. 그 개입된 사건마다 주인공이 하는 일들은 모두 이해 가지 않는 멍청한 대처뿐이다. 그런 그녀를 더불어 매우 개 같은 현실적인 교도소 풍경은 깔끔하고 잘 정리된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쥐약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며 시즌1 시작도 전에 시즌2를 확정받은 상태라고 들었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면 방영됐을지도 의심스럽고, 방영돼서 인기를 얻었다면, 분명 시청자 게시판에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한국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만 봐와서 이런 류의 현실적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TV를 켜고 드라마라는 상상의 나라에 자신을 치환시켜 승리하게 하는 자위법이 이미 한국의 전통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마냥 사회의 물이 빠질 것 같지 않던 주인공이 회를 거듭할수록 프리즈너가 돼가는 과정은 매우 섬세하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그녀를 보며, 역시 결말은 해피엔딩이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감옥물은 오즈나 프리즌 브레이크가 일단 떠오르는 데 오즈는 안 봤고, 프리즌 브레이크에 비하면 거의 일상물이다. 남녀의 차이도 있겠지만, 일단 여기선 탈출엔 전혀 관심들이 없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이라고 하여도 주인공의 성장을 볼 수 있다면 별로 상관없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중독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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