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에도 차별이 있더라. 쌍욕 결벽증과 차별욕에도 차별이 있더라. 쌍욕 결벽증과 차별

Posted at 2015. 4. 19. 23:20 | Posted in BLOG/끄적끄적

 한국의 대표적인 욕 중에 '병신'이라는 단어가 있다. 뜻은 다 아는 대로 병이 있는 몸. 혹은 장애인.으로도 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욕을 쓰면 언젠가부터 장애인을 모욕했다는 사족이 붙는다. 다른 욕 들은 마구 쓰면서, 왠지 병신이라는 욕을 쓰는 것에는 결벽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그 욕을 쓴 사람 대부분은 욕을 한 것은 맞는데, 장애인을 모욕하기 위함은 아니다. 상대방을 장애인 취급함으로 욕설의 기본 기능인 비하를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기본 뜻부터 장애인으로 통할 수 있는 단어로 결국, 쓰면 쓸수록 장애인은 당연히 비하해도 된다는 논리적 입장에 처하게 된다.


 요컨대 '병신'이라는 욕을 쓰는 사람이 장애인에 아무런 모욕 의사나 다른 뜻이 없더라도 이미 장애인으로 치환될 수 있는 은어를 욕설로 사용함으로 기저에 장애인은 보통 사람이 들었을 때, 부족하거나 수치스럽거나 기분 나빠할 사람이라는 의식이 존재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병신'이라는 욕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 아니 모든 쌍욕은 지양해야 한다.


 예의가 없거나 서로 의가 상하고, 싸움을 유발하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 쌍욕의 목적은 남을 비하하고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함으로 존재하는데, 그 행동은 어떤 플러스적 상황도 낳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욕설을 하든 말든 떤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그건 불법도 아닐뿐더러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개인이 아닌, 방송에서도 마구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장애인을 지칭하지만, 욕이 아닌, 평상어처럼 쓰이는 말도 있다. 바로 경상도 사투리에서 주로 등장하는 '문디'다. 문디는 문둥병 환자를 뜻하며, 문둔병 혹은 한센병을 가진 사람들은 그 질환의 특징인 흉한 외모를 가지게 된다.  흔히 문디가스나, 문디머시마, 문디같은 놈. 이란 말은 공중파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비하의 의미보다는 경상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감탄사 같은 의미가 커서일까? 방송에서는 아무 여과도 없이 너무 쉽게 이 단어를 들을 수 있다. 그에 반해 다른 욕설은 듣기 힘들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욕설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문디'는 나온다. 이는 쌍욕을 차별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쌍욕이라는 것이 차별받지 말아야 할 평등권을 가진다거나 인간의 권리인 인권처럼 문자의 권리인 문권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차별한다는 것은 모든 욕을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는 명제에 대해 왜 '문디'라는 단어는 분명히 욕으로 쓰이는데도 방송에 나오느냐는 것이다.


 '문디'를 주로 쓰는 상황이 서로 친하고 스스럼없는 사이에 나온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경우, 친하면 문디 대신 다른 욕설을 한다. 이를테면 '이 개새끼'라던가. 하지만 개새끼나 씨발놈 혹은 씹할놈 혹은 미친 새끼같는 단어는 너무 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할 법한 신뢰 형성용 멘트임에도 방송에서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이는 욕설이며, 누군가 들으면, 굉장히 기분 나쁠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문디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센병(나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듣기에 굉장히 거북할 것이다. 


 방송에서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욕설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주로 쓰는 욕설도 허용해야 한다는 평등의 문제도 낳는다. 물론 경상도가 가장 인구가 많고, 영향력도 좋은 것은 사실이어서 경상도의 정겨움을 방송에 내보낼수록 시청률을 올릴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은 제작자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것이란 것은 알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공중파라는 공공의 재산에선 시청률보다 공공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중요하지 않다. 공공성. 시청률은 곧 돈이고, 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것과 비교하면, 공공성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긴 한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는 당연히 돈만 되면, 누군가가 상처받든 말든 상관이 없다. 그래서 이 글은 헛소리일 수도 있다. 돈을 위해, 어떤 이들은 당연히 심적 괴로움을 받아도 상관없는 자본주의 국가를 싫어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는 것은 돈이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