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친척들의 공격과 반격추석 친척들의 공격과 반격

Posted at 2014. 9. 6. 17:37 | Posted in BLOG/끄적끄적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추석에 친척들을 반격하는 방법은 매우 씁쓸하다. 추석이라는 명절을 맞아 떨어져 살던 친척을 만나 덕담을 하고 근황을 묻고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명절이 서로 헐뜯고 비난하고 사람에게 가격을 매기는 걸로 변질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명절용 공격들은 유행하고 있었다. 대부분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 공격들은 때론 당하는 사람에게 매우 큰 데미지를 주기도 한다. 


 공부 잘하니? 몇 등했니? 어느 대학 갈거니? 취직 했니? 어느 회사 갈꺼니? 승진은 언제 하니? 돈은 많이 버니? 애인은 있니? 결혼은 언제할래? 부모님 용돈은 드리니? 같은 말은 친척이 물어볼 만한 질문임에도 듣는 이는 상당한 정신적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추석이라는 명절이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 여자들은 명절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병이 걸릴 정도로 노동하고 아이는 괜한 참견으로 우울해진다. 가끔 명절이 굳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괜히 병 날 정도로 일하고,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술이나 퍼마시고 고스톱이나 칠 거면 이건 이미 한민족의 미풍양속이나 전통이 아니지 않을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한 추석 친척들의 질문에 대한 방어라고 나온 질문은 방어라기보다는 상처받은 마음을 그대로 복수하여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방법이었다. 


 노후 대비는 하셨어요? 이번에 진급하셨어요? 집값 많이 올랐어요? 같은 실질적으로 중장년층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을만한 말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웃는 낯으로 어린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같은 상처의 아픔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상처는 결국 분노로 이어질 거고 분노는 싸움으로 번질 것이다. 


 아직 회사에서 안 잘리셨어요? 곧 명퇴 하시지 않아요? 아직 이혼 안 하셨어요? 사촌은 아직도 백수인가요? 아직도 로또 긁나요? 중장년층을 공격하는 루트는 무궁무진하다. 그들이 말하는 걱정돼서 노파심에 하는 질문들에 청년층도 그들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며, 같은 논리를 들이대면 패륜적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이런 공방전의 끝은 매우 예상하기 쉽다. 아마 어른의 승리가 될 것이다. "어린 게 뭐가 궁금해", "말대꾸하지 마", "너나 잘해" 같은 한국 특유의 어른 방어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겠지. 하긴 시작한 건 별 생각 없이 말을 내뱉던 어른들이다. 자중해야 한다거나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럴거면 애초에 안 만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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