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 위험한 거래,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한가, 고리원전의 위험그것이 알고싶다 - 위험한 거래,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한가, 고리원전의 위험

Posted at 2014. 6. 15. 12:09 | Posted in 리뷰/TV

 실재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불을 조심하고, 여름엔 물가도 조심한다. 더불어 북괴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조직하여 조심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위해 이른바 빨갱이나 종북 세력을 경계하며 조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조심해야 될 것이 있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이다. 


 한두 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 이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원전 사고는 이미 그 참혹함을 러시아의 체르노빌이나 일본의 후쿠시마로부터 아주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로부터 배우기는커녕 오히려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 같이 죽자는 건가? 아니면 이미 무기한 해외비자라도 받은 건가?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번 방송을 통해 말하고자 함은 딱 하나다. 바로 이 위험한 에너지에 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 그만큼 사람들은 죽음의 위협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 무관심은 일차적으로 한수원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병폐와 비리를 키웠다. 그리고 지금도 차곡차곡 사고의 위험요소를 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을 해체하겠습니다.'에 이어 '한수원을 해체하겠습니다.'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 그때쯤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절반 가까운 토양이 오염될 것이며, 수많은 인명이 산화한 다음이므로 딱히 한수원을 해체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가가 해체된 상태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전 한수원 관계자는 기자들도 모르는 엄청난 사고들이 많다고 귀띔한다. '관계자 외 오지랖 금지구역'은 보안과 안전을 위해 설치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어떤 사고나 비리도 그 관계자들만의 것이 된다. 여파가 많은 국민에게 미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조용히 넘어간다. 연예인의 연애보다 이런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은 국민과 같이 져야하는데 왜 정보는 한 조직이 통제하는 것일까? 기술 정보가 아닌 사고 정보와 대처 정보는 인접 시민들과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지난 6.14 지방선거에서 최고 관심 지역은 '부산'이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서병수 당선자 간의 대결은 여권 핵심지역에서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선거였다. 이들 두 후보의 상반되는 공약 중에는 고리 원전에 대한 공약도 포함되어 있다. 오거돈 후보는 이미 수명이 지났음에도 운영되고 있는 고리 1호기에 관해 완전 폐쇄를 주장했고 반대로 서병수 후보는 2017년까지 운영을 주장한다. 이에 부산 시민은 서병수 후보의 손을 들었다. 


 책임이란 한계가 존재한다. 초딩이 집 한 채를 태워 먹으면 책임을 못 진다. 마찬가지로 일개 도시의 시장이 약 백만 명의 즉사자와 거의 모든 남한 영토의 오염을 책임질 수 있을까? 미개한 블로거가 뭣도 모르고 하는 말이기를 바란다. 고리 1호기에 대한 심도 높은 연구와 관심을 가지고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의 연장 운영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사고가 나면 다 죽는 것이다. 폭발에 의해 죽거나 오염으로 죽거나 경제가 파탄 나서 굶어 죽거나. 안 죽는 방법도 있다. 이민을 가는 것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가 말하는 원전 부품의 중요성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면 끊임없이 터졌던 원전 부품에 대한 비리 기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몇백만 개의 부품이 톱니바퀴처럼 기동해야 문제가 없음에도 노후 부품이 비리로 인해 그대로 사용된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원자력 마피아라고 불리는 원전에 대해 박식하고 어느 정도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출처는 한 대학이 배출한 엘리트들이라고 알고 있다. 그 마피아들은 결과적으로 전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놀이를 했다. 그렇다면, 그 마피아들을 배출한 학교와 학과는 어떻게해야할까? 아직 사고가 나기 전이라 별로 시사가 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떨까?








 원전에 대해 납품을 하는 업자는 자질구레한 사고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크게 생각 안 한다고 한다. 물론 경험과 교육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고에 호들갑 떨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법칙에 의거하면 작은 사고가 결국 큰 사고가 된다. 그러므로 사고에 대한 완벽하고 심도있는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국가를 한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원전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원전도 전기로 돌아간다. 전기로 냉각수를 끌어오며, 그 냉각수로 연료봉을 냉각해야 한다. 냉각이 안 되면 결과적으로 폭발한다. 그것은 초유의 재앙이 된다. 그래서 원전은 전기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원전에 전기가 끊기는 이른바 블랫아웃 사고를 경험했다. 약 12분의 블랙아웃은 고장 난 설비와 안일한 운영이 가져온 인재였다. 물론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대로 블랙아웃이 쭉 되었다면 어땠을까? 더 심각한 것은 이 블랙아웃 사실을 알아차린 건 정부 부처나 기관 혹은 언론이 아닌 삼겹살 집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란 것이다. 쉬쉬하다가 직원의 입방정으로 세어나간 이야기다. 반대로 생각하면, 절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이야기라는 것이다.









 원전도 전기가 필요하다. 외부 전원이 꺼지더라도 비상 디젤발전기 2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블랙아웃 당시에 한대는 수리 중이었고 한 대는 고장이 났다. 대처를 잘해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 자체로도 사고가 아닐까? 









 한수원 홍보관계자가 하는 한비어천가는 어이가 없었다. 항공사고와 선박사고의 인명피해를 놓고, 자신들은 아직 사고에 의한 인명피해가 없다며, 안전하다고 한다. 당연한 것을 자랑하고 있는 관계자를 보며, 확실히 걱정해야 되는 것이 맞다고 느낀다. 항공사고, 선박사고 끽해봤자 천 명도 안 죽는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한 번 사고 나면 그 피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게다가 일시적이지도 않다. 사고 0건은 자랑거리가 아닌, 당연한 것이다. 물론 그 당연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랑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엄마 나 차 사고 안 나려고 인도로 걸어다녀,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사고 안 났어!"고 말하는 초딩과 별 다를게 무엇인가?










 한수원 엔지니어링 김범년 본부장은 지난 2년간 뼈아픈 자성과 성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뼈아픈 자성과 성찰이라고 했지, 오픈마인드로 바꼈다고는 안했다. 미리 준비된 질문이 아니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질문이라도 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였다. 




 

 원전의 무서움과 한국 원전의 문제점을 SBS에서 방송할 줄은 몰랐다. 원자력 마피아의 부와 영향력이 크기에 이미 공중파하고 모두 로비가 돼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디 이 방송으로 많은 사람이 원전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다. 왜냐면 현재는 월드컵 중이며, 무한도전과 아빠 어디가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죽고 사는 문제보다 당장 멋진 플레이와 한 골이 중요한 나날이 아니던가. 물론 관심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착하고 성실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서민'이라는 이름의 방관자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 대해 어떤 관심도 없을 것이다. 


 착한 이웃들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관심이 없다. 사고가 일어나야만 관심이 생긴다. 만약 고리 1호기가 폭발한다면 어떨까? 많은 이웃이 죽고, 살아남은 이웃들은 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까? 잊지 않겠다며,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 1인 시위를 할까? 시체와 남은 가족들을 보며, 감정 소모할 스토리를 찾아 나설까? 아니면 그와중에 훈훈한 소식을 찾아 힐링을 받으려고 할까? 아마 내 예상으로 최대 반응은 인천 공항가는 수많은 행렬일 것이다.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살고자 도망가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지금 이날 이때에 말하는 원전 안전 문제에 어떤 관심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외제차난 소형차 할 것 없이 한 대 뭉쳐서 꽉 막힌 도로, 이미 예매가 끝난 창구는 밀려드는 사람에 의해 많은 불만을 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도 알 것이다. 한국에 있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애초에 관심을 가졌다면, 여느날처럼 연애도 하고 돈도 쓰고 예능도 보고 정치나 더러운 것 신경 안쓰고 잘 살았을텐데. 


 고리 원전이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고, 폭발할 수도 있다. 어떤 곳에 배팅하든 그 배팅의 담보는 목숨이다. 


 생존권에 관심이 없는 것은 죄악이며, 죄의 형벌의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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