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 내가 내는 등록금의 비밀, 사학비리와 김무성 의원 고발추적60분 - 내가 내는 등록금의 비밀, 사학비리와 김무성 의원 고발

Posted at 2014. 6. 9. 11:14 | Posted in 리뷰/TV

 KBS 파업 복구 이후 첫 추적 60분은 강렬했다. 이를 보고 KBS를 믿지 말자느니,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느니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은 단 한 번도 그런 국민의 마음으로 움직인 적이 없다. 이번 경우는 실제적인 폭로와 그 폭로에 관한 여러 정황이 노조의 공감을 일으킨 결과다. 결코, 국민이 원해서라든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커뮤니티에서 KBS의 파업 메커니즘이라고 나온 '본격 KBS 파업에 대해 못 믿는 이유'도 애초에 상관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추적 60분의 강렬한 내용에 관해 의심하고 말고 여지도 없다고 느낀다. 그냥 한 번이라도 이런 내용을 방송했다는데에 감사할 따름이다. 


 추적 60분은 거의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비밀을 파헤쳤다.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탐사인데, 이런 탐사가 애초에 필요 있을까? 왜냐면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 중 나온 S대의 비리와 그에 대한 정계의 커넥션 등은 새소식이다. 하지만 '등록금이 왜 이렇게 높을까?' 란 질문의 원론적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확실히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고발이 아니었다. 사학 비리에 대한 고발이었고, 그에 정계 인물이 끼어 있었다는 폭로였다. 


 이 방송이 얼마나 파급력 있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쉽게 예상 가능한 것은 당장 해당 사항이 있는 대학생과 대학생의 부모들 대부분은 여전히 집 안에서 분노만 하리라는 것. 먹고 살기 바빠서 투표는 안 한다는 것. 행복을 위해 즐기는 삶을 관철하기에 투표 날에 놀러간다는 것. 당장 투표해봐야 바뀌는 것 없다며, 쿨뽕을 처맞은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실제 통계에 근거한 사실은 예상할 수 있다. 즉, 이런 사건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고액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에서 기본적인 학습 소프트웨어와 기자재도 없다고 한다.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왠지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기도 하다. 처음 돈의 출처는 학생 측이다. 그 돈을 받는 쪽이 학교다. 학교 측이 돈을 받아서 학생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와중에 위와 같이 서비스에 구멍이 생기면, 돈을 주는 고객인 학생 측이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어째, 돈을 받는 학교 측이 고객 같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숟가락은 안 주고 집에서 가져오든 사서 쓰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런 식당에 몇 년째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식당이 이상한건지, 손님이 이상한 건지 구별도 안 된다. 추적 60분에서 나온 학교를 보며 든 생각이다.




 S대학교가 어디인지 딱히 알고 싶진 않지만, 대학교 설계와 캠퍼스만 봐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 'ㅅ'대학교 해봤자,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와 수원대 정도가 떠오른다.


 인터뷰하는 장민서 학생은 캠퍼스가 평화롭고 고요한데, 시설 지원은 최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거 아닐까? 시설 지원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그런 적폐가 있음에도 학생들의 평화롭고 고요한 태도 덕분은 아닐까? 학생들 보고 싸워라, 맞서라, 투쟁하라, 라고 하는 건 아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 학교에 돈을 주는 것은 어차피 학생들이니까. 돈을 안 주면 된다. 그렇다면, 학위를 못 따고, 학위를 못 따면, 취업을 못 해서 그럴 수는 없다고? 그럼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후배도 그렇게 살고, 머지않아 자식이나 자식들의 친구들도 그렇게 살면 된다. 


 학교가 시설 지원을 안 해주고,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100% 학교 잘못이다. 하지만 그런 학교에 다니면서도 내년도 내후년도 등록금을 바치지 않는가? 그건 고객 잘못 아닐까? 







  S대는 포토샵도 시험판으로 쓰고 있었다. 시험판은 확실히 언제든 다운 받아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체나 기관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런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조차 부족하다고 한다. 아주 솔직히 이 정도면, 학생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교육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등록금 중 쓰이지 않는 잉여 자금은 거의 적립금으로 쌓인다. 이 대학의 경우 벌써 4,300억의 적립금이 있다. 이렇게 적립해서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것이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을 받아서 마음대로 쓴 것이 아니라. 모아둔 것이 딱히 불법도 아니지 않은가. 그 와중에 학생이 교육을 잘 받든, 말든 그것은 제2의 문제가 되고, 이 역시 불법은 아닐 것이다. 










 S대의 경우 총장 개인 소유의 '라비돌'이라는 리조트 시설을 옆에 두고 공과 대학에는 SINTEX 신텍스라는 컨벤션 센터를 교비로 지어 활용하고 있었다. 100%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로 지어졌음에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빈도보다 리조트 손님과 외부인이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고 취재됐다. 






 신텍스라는 컨벤션 센터에서 처음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 학생은 2년 만에 처음 왔다며, 시설이 너무 좋다고 했다. 즉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강의실은 안 좋다는 것이다. 분명 저 학생의 등록금은 컨벤션 센터를 짓는데 들어갔다. 하지만 왜 사용은 할 수 없었을까? '돈을 낸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라는 기본적인 원칙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거다. 하지만 저 학교는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셋 중 하나 아닐까? 속이는 사람이 천하에 다시는 없을 사기꾼이던가, 속는 사람이 웃기지도 않는 호구 든지 아니면 둘 다 던가.






 이번 추적 60분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바로 위 장면이다. 한 학생이 푯말을 들고 서 있다. 권리를 주장하며, 싸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단 한 명이며,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학생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쓴다. 그리고 더 많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고 악마적인 인간은 바로 '방관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학생들을 보면서 방송에 나온 내용이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에서 괜히 S대라는 특정 교육단체에 무언가 안 좋은 감정이 생겨서 복수하려고 한다거나, KBS 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이 그보다 작은 S대라는 집단을 이용해서 이슈를 일으키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그들의 행인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도 그리 다르지 않다. 

 























 여당 최고 실세 의원이라고 소개된 김무성 의원에 관한 비리 증인에 대한 로비 건도 고발되었다. 이 고발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리에 대한 로비라도 확실한 증거가 나올 리가 없으며, 나오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며, 문제가 있더라도 실수나 착각에 의한 것이므로 무혐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서 의혹이 생긴 사람들이 항의하더라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이 야당에 항의하라고 해봤자, 선거철은 지났으므로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래놓고 지들끼리 모여서 '친노 C발C발' 거리면서 정신승리나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에 문제해결을 바라는 멍청한 짓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좋다. 그저 없던 문제나 안 만들게 언제나 달려주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국민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그저 등록금 내는 기계다. 그리고 학교는 그저 취업시키는 기계다. 새삼스럽게 사실을 다시 확인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는 고객이지만 그것도 입학하기 전에나 고객이지, 일단 한 번 등록하고 나면 거의 노예급으로 변한다. 남은 기간 부모의 척수액과 뇌수로 물든 돈다발을 가져다 바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아르바이트도 해야한다. 그렇게 졸업하면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증서를 주는데, 그것으로 취업할 수는 없지만, 꼭 있어야 하는 기초라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로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돈 내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건 사실이며,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학력과 학연의 사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당연한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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