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스토리 눈 - 카레 먹고 마비, 육두구의 비밀, 카레 전문점 집단 마비의 진실리얼스토리 눈 - 카레 먹고 마비, 육두구의 비밀, 카레 전문점 집단 마비의 진실

Posted at 2014. 6. 7. 14:06 | Posted in 리뷰/TV

 '먹는 거로 장난치는 것들은 진짜 다 사형시켜야 해!'라는 말은 유독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한국에서도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잘못된 식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사형에 비견될 만한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그만큼 먹는 것의 안전에 대한 문제는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온다. 


 삼양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넣는다는 기사는 라면 업계의 자리를 뒤바꾸었다. 결과적으로 공업용 우지는 식용으로 사용 가능한 것이었으나 이미 그 인식은 단단히 굳은 콘크리트 그 이상이다. 먹을 것에 대한 안전을 '공업용'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경보를 울린 것이다. '공업용 → 인체 유해'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아무 죄도 없는 라면 회사를 위험에 빠트렸다.


 80년대에는 공업용이 나빴지만, 그 이후에는 화학용이 나쁜 것이 됐다. 각종 화학 성분은 먹는 것에 들어갈수록 안 좋다는 인식을 잘 나타낸 것이 바로 MSG와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일들이다. 실제로 MSG는 유해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어느 TV 프로에서 마치 먹으면 곧 죽을 것처럼 방송을 했다. 사람들은 부화뇌동 했다. 당연히 독약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그 화학품을 쓰는 회사는 비난을 받았다. 증거 없는 비방은 살인 그 이상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 당연한 반응을 사랑한다. 그런 반응이 없다면, 식품업계 회사들은 안전을 무시한 채 우리들에게 위험한 것을 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현란한 지랄을 하면 기본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경계하는 이치와 같다. 위험하지 않은 질소와 공학적이고 가치 있고 우아한 포장, 그리고 먹어도 죽지 않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한국의 식품업계는 나라의 자랑이며, 위대한 소비자 의식의 청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식품 업계도 아닌 중소 음식전문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카레 전문점에서 카레를 먹던 손님들이 집단으로 마비 증세를 보인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점령이 혹시 소비자의 안전을 걱정한 선행적인 전략은 아니었을까? 












 카레를 먹은 이후 맛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오미애 씨는 처음 카레를 먹을 때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그런 줄 알고 계속 먹다가 결국엔 병원행을 하게 된다. 그녀는 고혈압과 손발의 마비 증세가 온 것 같았다.











  아마 식중독을 많이 의심한 모양이다. 해당 구청은 조리기구와 원료 보관상태, 완제품 보관상태 같은 위생 점검을 했으며, 업체의 조리 방법을 따라 그대로 요리를 시연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살짝 이해가 안 갔다. 한 가게에서 카레를 먹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마비 증세를 보였다. 거기에 대해 국과수에서는 어떤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통보한다. 그렇다면 더 조사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사건을 종료하는 것이 맞을까? 다시 예를 들어보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부검 결과 칼에 찔리고 목을 조른 흔적은 있지만, 자살로 판정한다. 그렇다면 수사를 해야 할까? 아니면 종료해야 할까? 비유가 적절치 못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가 않다. 분명 그 자리에 음식을 먹고 마비가 온 사람이 다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에 기초한다면 국과수에서 독극물을 검출하지 못했다고 한순간 테러나 다른 가능성을 의심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내가 피해자였다면 분통이 터졌을 것 같다. 







 이 사건이 한 가게에서 일어났는지 아니면 여러 가게에서 한꺼번에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냥 어렴풋이 한 가게에서 한 번에 일어난 일이라고 예상만 한다. 만약 후자처럼 한 가게에서 한 번에 일어난 집단 마비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가게는 안전상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독극물도 아니고, 테러도 아니라면 어떤 재료에 대한 관리 부재나 햠유량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실제 피해자들은 아직 병원에 내원하는 걸 봐서는 폐업은 물론 형사상 책임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는 잘 있었고, 가게도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한국은 온정의 나라. 따뜻함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문제는 향신료 중 하나인 육두구였다. 넛멕이라고도 하는데, 육두구를 과량 섭취하면 혀의 마비와 두통, 고혈압을 유발한다. 육두구는 인도차이나와 동남아시아가 주 생산지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비싸게 팔렸었다. 카레에는 기본적으로 육두구가 들어간다고 한다. 







 히트 친 사극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육두구가 인용되는데 위와 장에 잘 듣는 약재이며, 찬 기운으로 설사할 때와 배가 더부룩할 때 쓴다고 전한다. 더불어 강한 성분으로 많이 쓰면 몸이 굳는다고 전한다. 적어도 육두구의 독성이 현대에도 알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즉, 과용에 인한 독성을 파는 사람, 쓰는 사람은 알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동안 카레, 특히 3분 카레는 즉석식품에 오랜 강자로 있으면서도 이런 독성 문제가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미 자체적인 연구로 기준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모든 카레에 육두구는 들어가나 소량만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 식품업체는 정말 대단하다. 소비자의 안전과 재료의 낭비 방지로 원가를 절감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3분 카레로 해야겠다.




 향신료 가게 직원은 한국 사람들을 차별했다. 물론 나쁜 뜻은 없어 보인다. 한국인도 가끔 먹는 걸로 외국인을 차별한다. 김치를 한 가닥 주고 외국인이 매워하면, 한국인은 많이 먹어서 괜찮다며, 혀의 무감각을 자랑한다. 어쨌든 가게 직원도 육두구의 독성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하긴 향신료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인 고춧가루와 후추의 경우에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쓰진 않는다. 





 향신료 제조업체도 몰랐고, 유통업자도 몰랐다. 사다가 만들어 파는 전문점도 몰랐다. 하지만 소비자의 몸은 알아버렸다. 여기서 누구에게 어떤 탓을 해야 할지 분명하진 않다. 다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걸로 돈을 벌고 있다면 그 어떤 것에 인해 사람에게 해가 갈지 안 갈지 정도는 잘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위험성이 검증된 뼈 해장국이나 순댓국밥을 팔면 된다. 



 연세대학교 응급의학과 정성필 교수는 육두구에 관한 과학적인 조사에 이어 정확한 용량이나 경고, 제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사건이 일어난 업체 대표 또한 그런 경고와 제안을 원했다. 즉, 강제력이 있는 기관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강제력이 있는 기관이란 국가기관이나 지방관청을 의미하며, 이는 곧 지금까지 전신 마비가 올 수도 있는 음식류에 대해 어떤 규제도 없었다는 방증도 된다. 물론 국내에서 쉬이 먹는 음식이 아니기에 이것으로 지방 정권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먹는 거로 장난치는 것은 매우 악질적인 범죄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언제나 악질적인 것을 알면서 끝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그래서 방지와 규제가 중요하다. 이번 정부는 규제를 암 덩어리라고 천명했지만, 그래도 이런 것은 규제할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방송을 본 이상, 카레 전문점에는 못 갈 것 같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고,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며, 웬만하면 지하철도 안 타겠다고 생각했다. 대체재가 있다면 사고가 난 불길한 것보다 대체재를 찾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본 원전사고 이후, 거의 모든 해산물은 먹지 않으며, 미국산 소고기도 먹지 않는다. 소비자란 그런 존재 아닐까? 한 번 삐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소심한 삐돌이. 물론 본 블레기만 그럴 수도 있다.


 몸에 좋고 이국적인 음식은 다양성을 원하는 시대에 알맞은 트렌드 푸드이다. 하지만 그걸로 고혈압과 마비가 온다면 그건 음식도 뭣도 아닌 그냥 쓰레기이다.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판매한 업자는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그 무지 자체가 범죄이며, 그런 식재료를 쓸지 모르고 업체를 허가해주었으며, 관리도 안 한 국가기관은 무능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카레는 역시 3분 카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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