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스토리 눈 - 70대 계주, 말번계의 함정, 곗돈 사기리얼스토리 눈 - 70대 계주, 말번계의 함정, 곗돈 사기

Posted at 2014. 5. 24. 01:55 | Posted in 리뷰/TV

 '계'라는 사조직이랄까, 재테크 조직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관심도 없어서 내용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안 되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무리 견고한 신뢰라도 결국 돈 앞에서는 물거품 마냥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실도 아니었고, 우리나라 대부분 사회 생활하는 사람들이 견지하고 있을 돈이 오가는 신뢰관계에 대한 극한의 허술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대상이 설사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어 세상만사에 능통한 노인이나 평생 시장에서 일하며, 장삿속으로 똘똘 뭉친 상인이라고 하여도 피할 수는 없었다.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아주 좋은 주제를 선정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아주 심각한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돈과 신뢰를 합쳐서 보는 착각이다. 그런 사례에 대한 단적인 예로써 너무나 적합하다. 신용사회? 신뢰사회? 다 헛소리다. 어떤 관계든 돈이 깔렸으면 예외 없이 사기와 바가지와 음모가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관계도 그렇다. 적어도 이 블레기의 상식선에서는 한국이란 나라 안에 모든 돈거래가 그렇다. 


 계라는 것을 잠깐 봤는데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융사조직처럼 보였다. 각각 번호를 주며, 앞 번의 사람 즉, 먼저 계에서 모은 돈을 받는 사람은 급히 목돈이 필요한 사람이며, 뒤로 갈수록 쌓이는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계' 자체는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다만 언제든 사기라는 범죄에 휘말릴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 사거리에는 나이가 800살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다. 지역에 이런 기념비적인 생물이 있는데도 지금 이 동네는 그것보다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바로 곗돈 사기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모여서 말하는 당시 피해 상황은 상식적으로 너무 당연히 조심해야 할 것을 조심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강했다. 당연히 자기 일이 아니면, 피해자든 가해자든 쌍방에 모두 책임이 있게 느껴진다. 피해자는 조심하지 않아서, 가해자는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 


 흔한 삼류 소재로 계주가 야반도주하여 계원들이 가산을 탕진하는 시나리오를 접할 수 있다. 너무나 식상해서 이제는 그런 피해가 나지 않을 만도 한데, 아직도 이런 피해가 있다는 것을 보고 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한국은 아직도 겉모습과 행동거지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가 있다는 안일함과 일단 사람을 믿으면 내장을 다 빼주는 '정'이랄까 무한 신뢰도 보였다. 





 이 사건이 이렇게 지상파까지 탄 이유는 아마 거액의 피해금액 때문일 것이다. 70대 할머니가 기획했다고 하기에는 그 규모와 액수가 상상 이상이었다. 다시 생각하면, 아무리 기력 없어 보이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추악한 발톱은 있다는 것을 방증할 것이다. '검은 머리 동물은 키우는 것이 아니다.' 란 옛말에 비추어 '검은 머리 동물은 믿는 것이 아니다.' 란 말도 성립하지 않을까? '흰머리'도 포함된다.






 세월이 30~40년이면 강산이 3~4번 바뀌는 시간이다. 그간 착실하게 쌓아온 계주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신뢰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앞서 시크하게 피해자들 또한 조심을 안 해서 이런 사달이 났다고 말했지만, 과연 내가 피해자였다 하더라도 그녀를 의심, 감시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30~40년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 그 사람은 평소 검소하고, 사근사그하다. 그런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꼭 갚겠다고 한다. 아마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평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려는 노력을 함에도 그것은 3~40년의 세월 앞에 무용지물일 것이다. 




 남대문에서 싸구려 옷을 사 입으며, 알뜰살뜰 검소하게 생활하는 계주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피해자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30~40년간 꾸준히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보면 경계를 안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단어로 싸구려 옷을 사 입어 신뢰했다고 하면 코웃음이 나오겠지만, 그런 상황이 몇십 년에 걸쳐 일어났다면 그 계주에 대해 괜한 의심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계원들은 나름의 계산을 해서 계에 든 것이다. 곗돈이 잘못되더라도 계주가 소유한 빌딩을 보고 안전하다는 심리까지 작용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피해자도 있었다. 몸이 성하지 않고, 나이도 많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이른바 빈곤 노인이었다. 한 푼이라도 모으겠다고 다달이 30만 원씩 냈다. 하지만 몽땅 도둑을 맞았다. 은행 이자보다 훨씬 나은 이율 때문에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결국 이것도 욕심이 부른 화라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욕심에 눈이 멀고, 신뢰로 귀까지 먹으면 결국 코를 베인다.





 계주는 훔친 곗돈으로 땅을 사서 주변 가족에게 양도했다. 




 최근 4년간 전국에 발생한 계 관련 사기 사건 사례를 보면, 참 많은 피해자가 있는 것 같다. 



 금융자산전문가 김민철 씨는 사람을 아는 정도와 지급 능력을 같이 보는 것이 사기를 당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계주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것보다 도망을 안 갈 사람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문제가 생기더라도 막을 수 있는 경제 능력을 보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이라도 일단 돈이 들어가는 관계를 맺으려면 아예 예비범죄자로 상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언제나 명랑하고 같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해서 결코 그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마지막 멘트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각기 천만 원에서부터 몇억 원까지 피해금액이 있는데, 그 피해금액보다 잃어버린 30년간의 정 때문에 아파한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그저 이웃의 정을 배신당한 것이 큰돈을 잃는 것보다 마음 아플까? 물론 배신에 대한 충격은 크겠지만, 그 근원의 매개는 돈이다. 


 이 방송을 보고 크게 배웠다. '계'라는 것은 할 것이 못 된다는 것과 30~40년을 본 사람에 속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 쌓은 정이라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면 하나의 절대 명제가 발생한다. 나와 관계를 갖는 사람들은 모두 '남' 이라는 것이다. '남 이사'라는 말도 있듯 남의 아픔이나 고통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다. 


 '타인의 눈물은 그저 물일 뿐이다.' 이 사건의 사기꾼도 그렇고, 피해자도 그렇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배움이나 느낀 점을 얻을 시청자들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