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 사라진 골든타임과 실제 대피소요시간시사기획 창 - 사라진 골든타임과 실제 대피소요시간
Posted at 2014. 4. 23. 17:50 | Posted in 리뷰/TV벌써 일주일 정도 지난 이번 대참사는 전국민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갖가지 썩은 부위가 드러나고, 소름 끼칠 정도의 안전 불감증도 여러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구조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있고, 이에 대한 구조 당국 즉 정부에 신뢰 또한 침몰 수준이다. 그 침몰한 정부라는 배의 선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을 져야 함에도 나서지를 않으니 누군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정부의 책임자 즉 관리자는 누구일까? (10점)
시사기획 창 역시 세월호 침몰에 관해 방송했다. 요즘 모든 이슈는 세월호에 관한 것뿐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방송의 연속성으로 이슈의 유지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소식이나 새로운 관점, 해석이 아니라면 그저 재방송으로 전파를 낭비하는 셈이다. 이런 시국에 다른 이슈를 방송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그렇다고 본 것 또 봐서 나아질 것도 없는 사고이다.
한 가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탐사하는 탐사프로그램에 대해 방송 전체를 리뷰하는 것은 그 이슈가 대중에게 매우 생소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의 경우, 이미 많은 사람이 그 경위와 배경 그리고 진행상황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번 시사기획 창 방송 내용 중 가장 의미심장했달까? 가장 기억이 남는 부분만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오전 08시 55분에 제주 VTS로 세월호에서 연락이 온다. 다급한 연락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소식이었다.
상황에 안심방송 즉 안전 방송을 하라고 무전이 왔다고 한다. 만약에 방송이 대피 탈출 방송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탈출이라고 해서 무작정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구비되어 있으며,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핀 한 개 건드리면 펴진다는 구명보트를 타고 있었다면? 무얼 해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이다.
'절대 살지 마세요.' 혹은 '절대 죽으세요.'랑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살리는 것보다 다치는 게 걱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완벽한 오해이다. 다치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 매출에 영향이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소탐대실. 큰 그림에서의 해난생존이라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선체 충격에 인한 승객들의 부상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설마 일부러 죽으라고 객실에 대기 명령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주위에 있던 둘라에이스호를 비롯한 배들도 구조를 돕기 위해 세월호 곁에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그 배의 사람들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배가 가라앉는 게 보이는데 승객들의 확실한 구조를 의심하면서 한 명도 갑판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항상 신경 쓰였다. 뉴스 특보 상단 자막에는 언제나 고정적인 구조자라는 숫자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구조가 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 하지만 구조의 성격보다 탈출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탈출자 170여 명과 구조자 0명으로 정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배에서 약 20여 명을 구조한 김홍경 씨는 아직도 아저씨, 아저씨 하는 애원이 마음에 걸리는 듯 하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승객들에게도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그 명령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에게 승객 퇴선 명령을 전파하라고 했는지, 정확한 말을 들어봐야 알겠다. 그리고 그 퇴선명령의 시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구조된 시점에 퇴선 명령을 내렸는지, 아니면 그전인지도 중요하다. 애초에 저 말이 거짓인지도 중요할 것이다.
만약 선장의 퇴선명령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실종자 수를 생각할 때 그 명령이 소용이 없는 것이었음을, 그래서 선장이라는 사람은 구조보다는 수습을 해야 했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시사기획 창 - 사라진 골든타임편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세월호와 탑승 승객을 시뮬레이션화 시켜서 총 475의 승객이 거의 기어가는 속도로 5층 갑판까지 탈출하는 시간을 계산했다. 물론 선체의 기울어진 각도도 계산에 넣었다. 주 통로와 계단까지 구현했다. 시간은 14분 33초, 실제에선 돌발상황이 발생하겠지만, 그래도 20여 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 제주 VTS에 세월호의 이상이 보고된 시각이 08:55분 거의 오전 9시이다. 해경 123정은 오전 9시 50분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0명과 일반승객 등 총 80명을 구조했다. 약 1시간 가까이 대피 기회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돌발상황이 없을 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약 15분에 갑판으로 전 승객이 이동 가능했다. 돌발상황과 혼란 가중을 생각하여 두 배인 30분을 할애해도 30분이 남는 시간 동안 탈출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위급 상황에서의 공신력 있는 권위자인 함내 방송을 믿었기 때문이다. 목숨은 자기 것이지만, 상황은 전문가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대해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것이 쉬운 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자신의 목숨이 달아나리란 가능성은 접어준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안내 방송이나 전문가의 조언보다는 개인적인 육감에 의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방증을 보는 듯하다.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낮아 물에 휩쓸려 익사할 위험도 선장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주위에 이미 유조선과 어선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배는 확실히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나오지 말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그게 정말로 안전한 대처였다면, 선장 및 승무원들도 객실이나 비슷한 곳에서 대기를 해야 함이 옳다.
단원고의 어린 학생들은 그 상황을 어른보다 어른 다운 방법으로 잘 대처한 것 같다.
이미 화를 입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실종된 상태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도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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