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 방배동 미라 미스터리 인정할 수 없는 이별그것이 알고 싶다 - 방배동 미라 미스터리 인정할 수 없는 이별

Posted at 2014. 3. 9. 22:12 | Posted in 리뷰/TV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은 방배동에서 일어난 시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게다가 그냥 시체가 아닌 썩지 않고 보관된 미라형태의 시체이다. 시체는 말이 없다. 미라 형태의 시체도 마찬가지이다. 말 없는 시체가 무덤이 아닌 주택에 있다는 것은 명제만으로도 충분히 오싹한 일임에 이견은 없다. 나도 무섭고 기피하고 싶은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현상 즉 자연재해나 귀신 맹수 치명적 질병들 모두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 죽음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1위의 공포일 것이다. 사람들은 죽는 것을 모른다. 안식이나 영면이라며 잔잔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없는 無의 상태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증거로 시체가 남는다. 그래서 시체 또한 무서운 것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시체를 모른다. 평소에 시체를 보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시체를 만져본 사람은? 냄새를 맡은 사람은? 그래서 시체도 무서운 것이다. 



 사건은 이렇다. 명문대 출신에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3층 빌라의 주인이며, 3급이라는 고위급 공무원의 남편과 약사이면서 꽤 규모가 있는 약국의 대표인 아내 그리고 3명의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어느 날 남편이 간암 판정을 받는다. 남편은 간암 선고 이후에도 박사 학위 준비와 업무에 소홀함이 없었으며 티도 안냈다고 한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남편은 아내를 비롯한 외가에서도 항상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의학의 힘이 아닌 종교의 힘으로 치료하겠다고 직장동료에서 말한 남편은 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약 7년을 활동하지 않는다. 아내는 경찰이 출동해도 한사코 집 내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엔 미라가 된 채로 거실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미라가 발견된다.


 이 섬뜩하고 오싹한 이야기에서 하이라이트는 아내와 아이들이다. "아빠는 살아있어요." 제일 무서워서 하이라이트가 아니다. 적어도 방송에서 만큼은 진실을 말한 것이다. 그들은 아빠가 살아있다고 믿었다. 아내도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한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복선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장치가 이번에 보였다. 그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아내는 종교생활을 열렬하게 하였으며, 같이 다니는 대모라는 사람도 있다. 

2. 남편과 같이 미라로 시체처리는 하는 것은 사이비종교의식에 종종있는 일이다.

3.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는 아내는 종교인이다. 사이비도 종교이다.

4. 마침 대모 라는 사람과 하루종일 붙어다니니 그쪽이 수상하다. 대모도 종교인이다.


 참 신기하게도 딱 저정도 정보만 받아들이고 보니 "대모가 사이비종교 관련자고 돈도 받았겠네, 아내는 미쳤네, 와 사이코패스들.. 혹시 남편을 죽인거 아닌가? 보험들었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임과 사회의 더러운 부분을 부각시킨 방송을 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방송도 마치 그것을 원해서 저런 단서들을 방송 시간 2/3에 걸쳐 보낼 것 같다. 



 나만 그랬을까? 종교가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진 이른바 우리사회의 상류층의 이야기가 나왔다. 충분히 돈에 연결시킬 수 있으며, 독실한 종교인으로 설명하는데 성당에 직접가기도 하고 종교적인상징을 많이 내보내기도 한다. 종교와 돈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더러우나 우리 생활과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인가? 사람들은 이 때 집중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싶다를 보면서 느끼고 싶어하는 것은 분노일 것이다. 사회의 극악한 무리나 비리행위들을 보며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그로인해 자신은 정의의 편이 된 것같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결코 그런 정보들을 받아들여 정의사회를 구현한다거나 그 가해 당사자에게 어떤 처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같이 분노하는 것이다. 이른바 분노마케팅이다.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분노마케팅이 굉장한 수단이다. 누가 우리보고 한의 민족이라고 했는가? 딱히 한국인이 분노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그래서? 삶이 그래서?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그 순간의 분노만 즐길 뿐 그 분노를 잦아들게하는 수단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뒤통수를 계속적으로 맞으면 분노를 하고 때리는 상대를 고소한다던지 맞짱을 뜬다던지 아예 집에서 나가지 않은채 피한다던지 하는 대책을 세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뒤통수를 맞고 계속 "아프다! 날 왜 때리지? 날 때리는 사람은 정말 나빠!" 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방송은 내내 노골적으로 종교적 차원의 문제인 듯 사건을 접해나간다. 점점 사이비 이거나 아주 삐뚤어진 믿음의 결과이거나 대모라는 사람의 꼬임에 빠진 것이거나 다들 안좋은 쪽으로 거의 확신 수준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시 낚시는 언제나 낚기기 전까지 재밌는 놀이이다. 



 그런데 방송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위 증언이나 생활에서 언제나 종교적 냄새가 나기에 그것 위주로 취재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와 같이 주위 사람들도 사건의 겉을 보고 똑같은 판단을 했다. 시신을 방치한다. 라는 대목에서 기독교의 부활을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것이다. 더군다나 아내는 독실한 신자가 아닌가. 더욱이 약사라면 시신을 부패하지 않게하는 약품을 쉽게 구하고 쉽게 다룰 수 있는 위치 아닌가. 



 하지만 조사결과는 전혀 뜻밖이다. 아내는 말 그대로 남편이 살아있다고 믿은 것 이었다. 대모라는 사람은 그저 독실하고 착한 아줌마였다. 돈이나 그릇된 믿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방송에서 어떤 밑밥을 깔았는지 생각해보자.

1. 아내는 속이 안좋다는 직원에게 성수를 마셔보라고 권하거나, 새로운 물건에 대해 성수를 뿌렸다고한다.

2. 집이나 약국이나 모두 성모상과 십자가들이 즐비했다. 

3. 기도가 그냥 기도가 아니라 도가 넘는 기도였다? 

4. 대모라는 사람을 차로 맨날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었다. 


 그냥 생각나는 몇가지 장면만 생각해봐도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안 좋은 쪽으로 몰려는 단서들 밖에 없다. 그렇다 방송은 시청자들을 낚고 뒤통수를 친 것이다. 언제나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것이 알기 싫은 것만 방송해왔다. 어떤 나쁜 사람의 나쁜 계획과 나쁜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피해자의 불쌍함과 시청자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근거와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 같이 조심하자. 라는 취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위험하지? 나쁘지? 우리 다같이 화내보자! 이다. 그리고 그 화내는 시간은 매주 토요일로 정한 것이다. 증거가 없는 화낼 상대에게는 과학의 힘을 빌기도 한다. 과학적 수사의 근간을 보여주어 놀라운 구성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과학적 수사보다는 결국 그 수사로 잡힌 나쁜놈에게 분노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던 중 이번같은 뒤통수 스트라이크 에피소드가 등장한 것이다.



 관련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는 말 그대로 아내를 악녀로 만들었다. 직접적으로 7년간 부활을 기다렸다는 인용까지 써가며 같이 분노하기에 열을 올렸다. 이런 사건에는 항상 "개독"들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댓글에는 갑자기 무신론자들이 득세하며, 아무 상관도 없는 하지만 언제나 미운 털이 박힌 일부와 전체를 구분하자며 종교에 관련된 범죄와 비상식에 관해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다는 <일부> 종교인들이 배틀을 벌일 것이다. (일부.라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어쨌든 이렇게 분노의 전제조건을 열심히 깔더니 방송은 갑자기 선회한다. 결과적으로 대모는 그저 착하고 아내와 친한 사람이었고, 아내 또한 시체를 살아있다고 믿을 정도로 남편에게 정이 많고,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물론 미라가 될 정도로 오랫동안 방치한 것은 나름 마음의 병 즉 망상장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살인사건에 나오는 보험이라던가, 치정이라던가, 말도 안되는 싸이코패스적인 이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부재가 남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만든 상황인 것이다. 


 방송은 마무리하면서 바로 그런 분노하기를 하나의 여가로 즐기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줄려고 한다. 사람들은 미라 소식을 듣고 직감적으로 사이비종교의 의식이거나 그릇된 과잉 신앙심을 생각하거나 돈이 얽힌 더러운 살인 혹은 살인방치극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루틴을 창조하고, 얼마간 그것으로 시청율을 확보해온 대표 주자가 그런 말을 하니 살짝 헛웃음이 나왔다. 


 김상중씨의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의 말 버릇은 "그런데 말입니다" 이다. '그런데'. 즉 BUT 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것 중 치명적인 것들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번회의 그런데 말입니다. 는 '영 아니올시다' 이다. 예를들어 총과 무기를 팔아 재산을 불리던 무기상이 전쟁을 하는 사람들을보고 '너네는 너무 폭력적이야' 라고 말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심리학 용어인 '확진 편향'을 들먹이며,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을 말하였다. 물론이다. 이견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건에 있어서 사람들이 과연 보고싶은 것이 따로 있을까? 만약 이 방송으로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 아내의 광신적일 정도로 보이는 신앙생활과 너무도 능력있고 훌륭한 남편을 아주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 중 어느 것을 먼저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각은 달라진다.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본다. 하지만 그 보고싶은 것 이전에 어떤 명제가 주어져서는 안된다. 상황들로 의심은 가능하다. 


 인터뷰에서도 빌라에서 시체썩는 냄새라고는 안했지만 이상한 냄새가 많이 났다거나 여름에 벌레들이 많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체가 부패를 하지 않고 미라가 되려면 부패가 없어야한다. 그러므로 이상한 냄새가 난 것은 아마 다른 원인일 것이다. 또한 여름이면 당연히 벌레가 많이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의 인터뷰는 그들로 하여금 어떤 무언의 명제를 준 것은 아닐까? 



 방송은 그렇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기며, 아내는 정신병자나 광신도가 아니었고, 그저 남편의 빈자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가련한 사람으로 그리며 끝이 난다. 나름의 해피 엔딩일수도 있다. 물론 그 가정에 있어서는 이것은 그저 보도된 것 뿐이지, 어떤 엔딩은 아니다. 


 나처럼 하나하나 따지기 좋아하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좋게 끝났고, 나름 훈훈하기도 하니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상하게 요즘은 말도 안되는 것으로 감동 코드를 잡는 것이 방송 유행인가 보다.래서 처음에 아내를 위시한 많은 그릇된 종교관들은 왜 내보낸 건데? 왜 대모라는 사람은 그렇게 부각한건데? 약사가 소독을 알코올로 왜 하면 이상한 건데? 좀 강박적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을 왜 내보낸건데? 를 생각해본다면 마냥 감동적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번 결론은 정말로 이상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도 되는 탐사프로그램에서 과연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주기위해  이런 방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마치 무언가의 힘이나 돈으로 결말만 싹 바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는게 아니라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해가 안가는 결말이라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그것이 알고싶다를 굉장히 즐겨보며 위와 같은 알림은 처음봤다. 실험 내용에 대해 부모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었고, 종료 후 아이들에게 실제 사실이 아닌 실험이었음을 인지시켜줌. 이 자막 내용은 아주 당연히 해야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럼 그 동안은 저런 당연한 사후처리를 안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한 것을 안했다고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나? 사회에 진짜 있는 일을 바탕으로 취재를 하기에 결국 사람들에게 민폐를 줄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그것이 알고싶다이다. 그런 만큼 납득될만한 사후처리와 협의는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원하지 당연한 것을 홍보해야될 만큼 남루한 프로그램은 그저 그렇다. 마치 아이가 밥을 혼자 숟가락으로 퍼먹고 "나 숟가락질 잘하지?"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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